과거 경험으로 볼 때 4월은 글로벌 자금이 많이 움직이는 시기다. 예를 들어 미국 주식형 펀드 자금의 월별 유입 규모를 보면 1991년 이후 19년 동안 1∼4월에 전체 유입 규모의 48.8%가 집중됐다. 2000년 이후로 보면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강화되면서 1∼4월에 전체 유입 규모의 64.6%가 집중됐다. 그중에서도 1월에 유입 규모가 가장 크고, 그 다음은 4월이다.
이런 현상은 3월에 수령된 배당 자금이 재투자되는 경우가 많고, 1분기 실적 확인 후 본격적으로 자금을 집행하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돈이 움직일 때 어디로 흘러갈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기업 실적에 달려 있다. 특히 4월 후반부에 들어서면 나라마다 기업의 1분기 실적이 가시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연간 실적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을 잡게 된다. 2000년 이후 경험으로 보면 1월에 전망한 연간 실적 예상치는 실제 실적 대비 오차가 평균 16%인 반면, 4월에 전망한 연간 실적 예상치는 실제 실적 대비 오차가 평균 10%로 낮아진다. 따라서 4월이면 연간 실적에 대한 그림을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
올해 세계 순이익증가율 평균이 15.2% 수준이고 한국의 순이익증가율은 23.2%로 세계 평균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주요 16개국을 대상으로 순이익 증가율 순위를 매겨보면 한국이 4위다. 1년 전 이맘때쯤 했던 올해 전망에서 한국이 16개국 중 16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로 볼 수 있다.
또 한국은 중국이나 인도처럼 고성장 사이클에 진입한 국가가 아니면서도 위기 이후 실적이 가장 먼저 회복됐고, 회복 이후의 이익 성장 속도도 중국이나 인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화학, 자동차, 반도체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았고, 구조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해 있는 신흥아시아 국가로서 수혜가 컸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적 비교에 있어 또 하나 짚어볼 부분은 주식시장의 체계적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는 중동지역의 기업 펀더멘털이다. 중동지역의 약점은 에너지 섹터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데 있다.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중동지역의 정정 불안도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부(富)가 다른 산업에 투자되지 않아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 문제였다.
석유 수출 비중이 높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예로 들어보면 통상 에너지 업종이 단연 높은 이익 증가세를 보이는데, 이번에는 에너지 업종만의 독주가 아니라 유틸리티나 금융 업종의 이익증가율이 함께 높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2009, 2010년의 경우 금융 업종의 순이익증가율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 증가세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달라진 변화이다. 결국 기업 실적 관점에서 보면 중동지역이 야기하는 리스크가 지금보다 높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실적을 바탕으로 돈이 움직일 때, 한국 시장이 다시 한 번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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