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부터 부장까지 여성 직원의 ‘꿈’을 키워 주기 위해 마련한 KT의 ‘클래요’ 교육 현장. 참가자들이 요들송을 부르며 ‘활기찬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우고 있다. KT 제공
“입사 직후 별 생각 없이 출산휴가를 갔어요. 그런데 복귀한 후 주위에서 얼마나 구박을 하던지 딸이 밉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임신이 무슨 죄인가요?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고은 대전마케팅단 과장)
20일 강원 원주시 KT리더십아카데미에서 열린 KT의 여성 교육 ‘클래요’ 현장. 2박 3일 일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시간이 되자 이 교육에 참여한 여성 직원들이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고은 과장은 17년 전 임신 경험을 소개하며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배운 게 많은데 그런 딸을 한때나마 밉다고 생각한 것이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안임현 서울북부마케팅사업단 차장은 올해 말이면 정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회사의 미래에 대해 낙담도 했는데 젊고 똑똑한 후배들을 보니 KT 주식을 더 사야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곳곳에서 “언니 파이팅!”을 외쳤다.
KT가 올해 처음 실시한 여성 연수교육 ‘클래요’는 회사에서 성장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난해 시범과정을 거쳐 올해 30명씩 10기수가 교육을 받는다.
직접 지켜본 ‘클래요’는 좀 색달랐다. 보통 사내교육은 부장급, 과장급 등 동일직급 위주지만 ‘클래요’는 대리부터 부장까지, 현장직에서 본사 직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유일한 공통점은 여성이라는 것 말고는 없었다. 교육을 이끄는 이해득 인재개발원 차장을 ‘엄마’라고 부르는 점도 특이하다. 이 차장은 “열심히 일하는 여성일수록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다. 이들의 꿈을 키워준다는 의미로 ‘엄마’라고 부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강의는 직무교육과는 거리가 멀었다. 20일 오전 강의는 ‘감성적 파워스피치’. 말할 때 쭈뼛쭈뼛하거나 감정적으로 말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그러다가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읊으며 여성스럽게 상대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어조도 배웠다. 또 요들송을 부르며 춤을 추기도 했다.
남녀임원의 강연도 있었다. 김상효 인재경영실장은 “여성 임원의 결정은 감성적이라며 공격당하기 쉽다”면서 “과학적 근거자료를 가지고 얘기하라”고 조언했다. 송정희 서비스이노베이션 부문장은 “외로워도 누가 나를 끌어줄 거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정에 참여한 조은화 기업프로덕트본부 대리는 “여성임원은 특별하고 강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여성스러워도 리더가 될 수 있더라. 나도 할 수 있다는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옥진 전남법인사업팀 차장은 “넓고 크게 꿈을 꿔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눈을 반짝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