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꼬리무는 악재들 어찌할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5일 03시 00분


SK가 그칠 줄 모르는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좋은 일’은 없이 ‘탈 많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외부로는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아이러니한 상황과 SK증권 처분 문제가 있다. 29일 1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이 회사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여느 기업이라면 잔치를 할 상황이지만 SK이노베이션은 딴판이다. 회사 관계자는 “눈부신 실적은 주로 수출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인데도 ‘정유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오해가 커져 기름값 인하 압박이 거세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SK증권을 둘러싼 고민은 더 복잡하다. 2007년 7월 지주회사로 전환한 SK는 일반지주회사도 금융사를 가질 수 있게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유예기간이 끝나는 7월 2일까지 SK네트웍스와 SKC가 보유한 SK증권 지분(30.4%)을 매각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최대 180억 원의 과징금을 맞을 판이다. 그런데 SK는 공교롭게 최근 최태원 회장과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서울 강남에서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곤경에 빠졌다. ‘재벌 총수가 공정거래법 통과를 위해 정권 실세에게 손을 쓴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 악재도 만만치 않다. 최 회장이 선물거래에 투자했다가 10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본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자금 조성 또는 공금유용 의혹을 받게 된 것이다. 정부는 최근 SK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회삿돈이 빠져나간 일이 없기 때문에 최 회장의 개인적 투자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최 회장의 투자자금 중) 회사 공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SK는 이번 일이 자금출처와 탈세 가능성에 대한 조사로 확대될까 우려하고 있다. 한 여권 인사는 “국세청이 소득신고 및 탈세 여부 등을 따져본 뒤 검찰 수사 의뢰 여부를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 밖에 최 회장과 사촌지간이자 최종건 SK 창업주의 아들인 최신원, 창원 형제와의 계열분리 징후에 따라 ‘SK의 사세가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SK를 힘들게 하고 있다. 최신원 SKC 회장이 올해 들어 부쩍 계열분리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SK가스는 3월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체제에서 최신원 회장의 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체제로 바뀌었고, SK네트웍스는 그전에 최재원 부회장 직할 체제로 정리됐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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