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미국의 재정적자,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달러화의 ‘날개 없는 추락’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때 ‘강달러 정책’을 주장하던 미국도 수출경쟁력을 높여주는 ‘약달러’를 은근히 즐기고 있다.
지난주 미국의 달러화 가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해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인덱스는 장중 한때 73.735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8년 8월 이후 최저치다. 달러화 인덱스는 올해 들어서만 9.1% 떨어졌다.
달러는 주요 6개국의 모든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였다. 이날 런던시장서 유로-달러 환율은 1.46달러를, 파운드-달러 환율은 1.66달러를 돌파했다. 모두 17개월 만에 최고치다.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도 한 달 만에 81엔대로 내려갔다. 달러화 인덱스는 22일에도 약세를 면치 못하며 74.108에 장을 마쳤다.
○ 초저금리와 재정적자가 주원인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주요국들이 금리를 올리는데도 미국은 제로 수준의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투자자들이 금리가 낮은 미국을 떠나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고금리 국가로 몰리면서 달러화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다.
요즘 달러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더 큰 요인은 미국의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다. 재정적자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투자자들이 달러화 자산을 팔고 있는 것. 18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떨어뜨린 것도 달러화 가치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중국이 최근 위안화 강세를 허용하고 있는 것도 약달러 추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중국과 수출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 가치의 상승을 어느 정도 허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 강달러 포기한 듯한 미국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7일 금리를 동결하면서 당분간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민주 공화 양당이 재정적자 감축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이 달러화 약세의 장기화를 점치는 이유다.
게다가 ‘강달러 정책’을 표방해왔던 미 정부가 최근 약달러에 대해 함구하면서 미국이 ‘강달러 정책’을 포기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달러화 약세로 수출경쟁력이 높아지고 무역적자가 줄어드는 효과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앨런 시나이 디시전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 정부나 고위 인사들은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미국은 사실상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다”며 “달러화 약세의 중심에는 FRB가 2년 넘게 유지해온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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