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코스피 2,200 고지’에 안착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22일 코스피는 2거래일 만에 사상 최고가를 다시 한 번 경신한 것으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도 1241조 원으로 불어났다.
‘코스피 2,200 시대’를 이끈 대표주자는 자동차와 화학 업종이다. ‘투 톱’ 업종의 주요 종목들은 연일 최고가를 갈아 치우며 한국 증시의 거침없는 상승세를 주도했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의 핵심 3개사의 상승 랠리는 자동차부품주로 확산되고 있으며, 화학주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투 톱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로 쏠리고 있다. “당분간 투 톱 랠리가 계속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전망이다.
○ 자동차, 브레이크가 없다
현대차그룹 3개사의 상승 질주에 ‘브레이크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고가 경신을 거듭해 온 기아차는 25일 직전 거래일보다 3.21% 오른 8만500원에 마감하며 처음으로 ‘주가 8만 원 시대’를 열었다. 현대모비스도 3.49% 오른 38만5000원으로 최고가를 다시 쓰며 시가총액(37조4774억 원) 순위로 LG화학(37조455억 원)을 제치고 5위로 올라섰다. 현대차도 5.58% 급등한 24만6000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에 동일본 대지진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세를 이어오던 현대차 3개사는 실적 기대감이 현실로 확인되며 가속페달을 밟았다. 28일 현대차, 29일 기아차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이날 기아차가 1분기 56만5355대를 판매해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판매량을 달성했다고 밝힌 것.
또 도요타가 11월 이후 생산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밝혀 한국 자동차업체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를 맞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GM 시장을 뺏은 한국 기업이 이제 도요타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권사뿐만 아니라 외국계 증권사도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도이치뱅크는 “한국 자동차주들이 예상보다 높은 판매 성장률과 해외시장 점유율 확대, 경쟁업체의 생산 감소로 올해 이미 많이 올랐지만 평균 판매 단가 인상, 가동률 상승 등에 힘입어 상승 동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고유가, 중국, 일본 수혜 겹쳐
이달 들어 22일까지 코스피가 4.32% 오르는 동안 화학업종지수는 13.73% 상승했다. LG화학이 21.52% 급등한 것을 비롯해 금호석유화학(56.18%), 호남석유화학(10.58%), OCI(23.48%) 등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치솟았다. 중국의 경제 성장으로 중국 구매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는 데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복구 수요 확대 전망까지 더해지며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최근의 주가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내년까지 업황 호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추가 상승세가 계속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여기에다 LG화학, OCI, 한화케미칼 등은 화학사업 외 태양광, 2차전지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어 장기 성장성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박연주 대우증권 연구원은 “화학제품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일본 재건 수요가 더해지면서 제품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고유가와 일본 강진에 따른 정제 마진 개선 효과가 본격 반영되면 2분기에 LG화학, OCI 등의 실적 개선이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긴축정책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다시 ‘긴축 이슈’가 불거지면 화학주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또 화학 업종의 밸류에이션이 경기 확장기였던 2007년 수준으로 올라선 만큼 신규로 추가 매수하기에는 가격 부담이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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