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년차에 접어든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해 이례적으로 “진척이 없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관련법들이 길게는 3년 가까이 국회에서 계류되면서 가시적 성과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서 “의료 교육 등 핵심 과제는 소관 부처가 ‘금년 중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서비스산업 선진화는 경제부처 혼자 나서서 되기는 어렵고 청와대와 여당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지만 아직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 이익단체의 반대에 발목 잡혀
27일 재정부는 경제조정회의에 상정한 ‘서비스산업 선진화 평가 및 향후 추진방향’을 확정 발표했다. 총 20쪽에 달하는 배포 자료에서 정부는 이례적으로 그간 정부가 추진해 온 서비스산업 선진화 성과가 얼마만큼 미흡했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자세히 담았다.
이는 재정부가 2008년 이후 5차례에 걸쳐 선진화 방안을 내놓았을 정도로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법률 제정 및 개정 지연, 이익단체의 반대에 막혀 가시적 성과가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회의 후 기자 브리핑을 주재한 최상묵 정책조정국장은 “서비스산업이 고용 창출과 경제 체질 개선처럼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해법인데도 (의료 교육 등) 관심 이슈는 국회나 부처 내에서 진척이 없다”며 “오늘 회의에서 이 점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반성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서비스산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의료산업의 경우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병원 설립, 제주도 내 국내 투자병원 도입은 물론이고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 진료 등이 모두 관련법에 막히면서 신규 시장 형성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의료기관의 설립을 허가하는 개정안 등 5개 법안은 길게는 2008년 11월 이후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현재까지 4개교를 유치한 외국 교육기관 역시 결산상 잉여금을 본국에 송금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 등 각종 규제에 막혀 추가 유치를 못하고 있다.
관광 분야 역시 수도권 내의 숙박시설 부족, 먹을거리 미흡, 저가 관광 폐해 등으로 불만이 줄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콘텐츠산업은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것과 달리 관련 업체의 70%가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 민간 투자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보금자리 일부, 호텔용지 공급 검토
정부는 이에 따라 우선 국회에 이미 제출돼 있는 법안의 추진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다수 부처가 관련돼 있을 경우 합동 당정협의도 열어 입법 지연에 대처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실현 가능성과 소비자 편익이 큰 과제부터 추진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우선 추진 과제의 예로는 소화제 같은 가정상비약을 약국 외에서도 판매하도록 하는 방안을 들었다. 재정부 윤성욱 서비스경제과장은 “일단 현행법 안에서 소화제와 해열제, 감기약 등 일부 가정상비약을 휴일과 밤에도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5월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외 환자 유치 업체에 마케팅 지원을 강화하고 항공권 구매와 숙박 알선 업무 등도 업체의 업무 범위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재 해외 환자가 의료관광비자를 발급받으려면 지불능력 입증 서류와 담당 의사의 소견서 등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 것을 병원비 입금 명세서만 내도록 간소화하기로 했다.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병원, 의료기기 회사, 제약사, 건설사가 공동 참여하는 ‘패키지형’ 병원 모델도 개발하기로 했다.
외국 교육기관은 개교 후 5년간 한시 적용되는 내국인 입학 비율(정원의 30%)을 상시 적용으로 바꾸기로 했다. 방송문화 콘텐츠 관련 모태펀드를 지난해 5800억 원 규모에서 2012년 94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글로벌 콘텐츠 펀드 투자 대상을 대기업까지 확대해 민간 투자의 확대를 유도할 방침이다. 보금자리주택지구 중 적정 지역을 선정해 호텔 용지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이 없어 서비스산업 선진화가 지지부진했던 것은 아닌 만큼 관련 이익단체를 설득하고 국민의 지지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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