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을 평범한 ‘월급쟁이’로 살았다. 2000년 몸담았던 회사가 어려워지자 회사를 인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같은 결정을 두고 주변에서는 “무모한 짓”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평생을 일했던 회사의 가치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며 강행했다.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는 주변의 회의 섞인 시선을 뒤로하고 그는 10년 만에 세계를 무대로 우뚝 섰다. 재계 순위 20위권 내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상속이 아닌 창업으로 기업을 일궈낸 STX그룹 강덕수 회장의 이야기다. 29일 강 회장은 2001년 출범시킨 STX그룹의 창립 10주년 기념식을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열었다.
○ 자회사 12개-임직원 5만8000명
1973년 쌍용중공업(현 STX엔진)에 입사한 강 회장은 2000년 스톡옵션과 사재를 털어 회사를 사들였다. 이후 사명을 STX로 변경하고 그룹을 출범시킨 뒤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등을 인수합병(M&A)하면서 덩치를 키워나갔다. M&A는 비단 국내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2007년 세계 2위 크루즈선 건조업체인 아커야즈(현 STX유럽)를 인수했다. 국내 조선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M&A였다.
STX가 계속해서 M&A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낮은 가격에 기업을 인수한 뒤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 성공했기 때문. STX는 이로써 △조선·기계 △해운·무역 △플랜트·건설 △에너지의 4개 부문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매출도 급증했다. 2001년 자산 2605억 원, 매출 4391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각각 26조 원, 32조 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STX의 재계 순위는 12위(공기업 제외). 자회사 12개와 임직원 5만8000여 명이 속해 있다.
○ 조선해양 3대 축으로 경쟁력 강화
이날 기념식은 중국 다롄(大連)의 ‘STX다롄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에서 열렸다. 다롄 생산기지가 그룹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상징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STX는 2006년 550만 m²에 이르는 대지에 초대형 조선소를 짓기 시작했다. 1조7000억 원을 투입한 다롄 생산기지 완공으로 진해·부산(STX조선해양), 중국 다롄(STX다롄), 노르웨이·핀란드(STX유럽)라는 ‘글로벌 3대 생산축’을 완성했다. STX는 “세계 조선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일반상선, 여객선, 해양플랜트, 군함 등 조선 4개 분야 전 선종을 모두 생산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엔진 제작, 선박 건조, 해운 등 관련 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룬 것이 STX 성공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빠른 성장속도와 계속된 M&A로 STX는 ‘자금난 임박’이라는 우려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녀야 했다. 최근에도 STX건설의 부도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룹 측은 “자금력에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STX는 29일 창립 기념식과 함께 2020년까지 매출 120조 원, 국내 7대 그룹 달성이라는 ‘비전 2020 선포식’도 열었다. 강 회장은 이날 “지난 길보다 앞으로의 길이 중요하다”며 “글로벌 초일류 기업 도약을 목표로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창의와 도전으로 이룩해 나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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