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달부터 서울과 경기 과천시,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수도권 5개 신도시에서 9억 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2년 동안 실제 거주하지 않아도 3년만 보유하면 양도소득세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에서 2년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주택 보유자 사이에서 실제로 감면받는 세금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이번 정부 대책에 따라 2년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주택 보유자나 앞으로 거주 의사 없이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할 투자자들은 집값이 오를 경우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 이신규 세무사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5년 전 6억5000만 원에 구입한 아파트를 현재 시가인 8억2000만 원에 팔 경우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각종 비용을 포함한 양도세로 1624만9200원을 내야 했으나 거주 요건 삭제 이후에는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9억 원 초과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액도 크게 줄어든다. 정부 방침에 따라 ‘3년 보유’ 조건만 갖추면 9억 원 이하분은 비과세되기 때문이다. 가령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5년 전 8억2000만 원을 주고 산 집을 11억5000만 원에 팔 경우 지금까지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5130만700원을 양도세 등으로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론 거주하지 않았더라도 1가구 1주택 양도소득 금액 3876만5217원 등이 감면돼 집을 팔 때 양도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 합계액은 479만5761원이 된다. 정부 발표 전보다 4650만4939원이 줄어든 수치로 기존 세액에 비하면 약 10% 수준이다.
이 세무사는 “9억 원 이하는 물론이고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한 9억 원 초과 주택도 9억 원 이하분에 대해선 거주 요건 폐지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혜택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세무사가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아파트가 비싸고 양도 차액이 커질수록 집 보유자가 받는 혜택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20억 원에 구입한 주택을 5년간 보유한 뒤 30억 원에 매도할 경우 종전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는 양도세와 각종 비용에서 공제금액을 제외한 뒤 모두 1억9747만7500원을 세금으로 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론 거주 요건이 폐지돼 양도세가 크게 줄어 6444만9000원이 줄어든 1억3302만8500원을 세금으로 내면 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이 거래 활성화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소장은 “매각 단계의 비용인 양도세가 줄어들면 주택 투자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자녀들 때문에 분양받은 집이나 살던 집을 전세 놓고 전세로 옮겨가는 수요자들은 직접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박 소장은 “시장 침체기에는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지만 부동산 경기가 풀리면 시세 차액을 노린 투기가 활성화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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