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PB 203명 “부동산자금 증시유입 뚜렷… 10%대 수익률 기대”

  • Array
  • 입력 2011년 5월 4일 03시 00분


증권사 PB 203명 투자자패턴 설문조사… ‘대박꿈 다걸기’보다 안정적 수익에 관심

50대 여성 A 씨는 최근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아파트 전세금으로 3억 원을 올려 받은 뒤 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찾았다. 남편은 부동산 투자를 주장했지만, 집값이 자꾸 떨어진다는 소식에 주식에 투자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A 씨는 PB에게서 위안화 절상에 투자하는 원금 보장형 파생결합증권(DLS)과 적립식 펀드를 추천받고 고민 중이다.

최근 코스피가 2,200 선을 넘어서는 활황세를 보이면서 부동산 자금이 증시로 유입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 PB센터는 ‘아파트를 팔았다’거나 ‘전세금을 올려 받았다’며 뭉칫돈을 싸들고 와서 증시에 투자하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10%대의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데 관심이 높아 ‘대박의 꿈’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3∼6개월짜리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해 악재가 터지거나 분위기가 급변할 경우 증시에서 자금이 일제히 빠져나갈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 “나도 주식 직접투자 나서 볼까”


동아일보 경제부가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씨티은행과 대우 삼성 우리투자 한국투자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 하나대투 대신 HMC KB투자증권 등 15개 금융회사의 PB 203명을 대상으로 ‘투자자금 동향’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올 들어 신규로 증시에 들어온 투자자 중 절반이 넘는 51.7%가 ‘목돈의 출처가 부동산’이라고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자 10명 중 절반 이상이 부동산 자금을 증시로 옮기고 있는 것. 서울 강남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54.7%로 비중이 더 높아졌다.

이들 PB를 찾은 고객 중 한 명인 B 씨는 지방에 갖고 있던 땅을 10억 원에 팔았다. 그는 “과거에는 부동산 매각 자금을 다시 부동산에 투자했지만 개발시대처럼 부동산이 고수익을 줄 것 같지 않아서 증시로 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수가 오른 것이 부담이 되지만 주식도 부동산처럼 장기 투자하면 수익은 보장될 것으로 믿고 있다.

김인응 우리은행 잠실투체어스센터장은 “보유한 주택을 팔아서 금융상품으로 돌리고 싶지만 집이 팔리지 않아 고민하는 고객도 많다”며 “예금금리가 너무 낮기 때문에 자문형 랩 상품 등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자금의 성격(중복 응답)은 보유했던 주택(아파트)을 판 자금이 49.5%로 가장 많았다. 올려 받은 전세금(28.6%)과 보유했던 땅을 판 자금(28.6%),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땅이나 아파트를 판 자금(8.6%)이 뒤를 이었다. 강남과 강북을 나누면 강남에서는 보유했던 주택(아파트)을 판 자금, 올려 받은 전세금, 보유했던 땅을 판 자금 순이었지만 강북에서는 전세금보다 땅을 판 자금이 앞섰다. 아무래도 전세금 상승폭이 강남과 목동 등 일부 지역에서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금융상품과 PB들이 추천하는 상품의 우선순위는 달랐다. 증시가 뜨면서 투자자들은 1순위 투자상품으로 주식 직접투자(37.4%)를 가장 많이 꼽았고, 종합자산관리계좌(랩어카운트·26.6%), 국내 주식형펀드(13.8%), 주가연계증권(ELS)과 DLS 등 파생상품(8.9%)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PB들은 종합자산관리계좌(29.1%)를 가장 많이 추천했고 주식 직접투자(25.6%), 국내 주식형펀드(22.7%), ELS·DLS 등 파생상품(16.3%) 순으로 추천했다. 은행권에서는 고금리 예금상품을 주요 상품으로 추천했지만 증권사에서는 거의 추천하지 않았다. 박용선 SK증권 역삼역지점 영업부장은 “거액을 한 종목에 ‘다걸기’하는 투자자도 있다”며 “분산투자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라고 조언은 하고 있으나 잘 듣지 않는 투자자가 많다”고 전했다.

○ “투자기간은 짧게”


흔히 증시에 투자할 때는 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대박’을 꿈꾼다. 하지만 목돈을 투자하는 ‘큰손’들은 74.8%가 ‘10% 이상 20% 미만’의 투자수익률을 기대했다. ‘10% 미만’이라는 대답도 6.9%였다. 10명 중 8명가량이 10%대 이하 수익률에 만족한다는 뜻이다. ‘20∼50%’의 기대수익률은 16.3%, ‘50∼100%’는 1.5%였다.

C 씨는 목돈 2억 원을 증권사에 맡기면서 5000만 원은 원금이 보존되는 ELS에, 5000만 원은 재간접 헤지펀드에, 5000만 원은 자문형 랩어카운트에 넣었다. 나머지 돈은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적립식으로 펀드를 매수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 금리가 더 낮아져 은행 예금은 생각도 않고 있다”며 “투자하는 4개 상품으로 기대하는 목표수익률은 연 10%대”라고 말했다.

이런 기대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올리려면 장기투자를 해야 하지만 투자자들은 대부분 ‘단기 상품’에 관심이 높았다. ‘3∼6개월짜리 단기상품을 찾는 투자자가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은 71.9%였다. 표성진 미래에셋증권 압구정지점 차장은 “채권 위주 단기상품을 찾는 고객들은 향후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기다리는 고객”이라며 “주가가 흔들릴 때 자금이 빠질 우려도 있지만 대기자금들 중 그때를 기회로 증시에 들어갈 자금도 많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