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재개발사업을 할 때 임대주택을 3% 더 짓게 하는 법안을 놓고 국토해양부와 재개발조합이 3개월째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에까지 이 법안이 올라가 두 차례나 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유례없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 국토부 선공, 재개발조합 저항
국토부는 전세난이 걷잡을 수 없게 진행되던 2월 ‘2·11 전월세시장 안정방안’을 내놓으면서 수도권 재개발사업의 임대주택을 전체 가구수의 17%에서 20%로 늘리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수도권 재개발단지에는 세입자 비율이 높아 현행 17%로는 전월세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비율을 3% 늘리는, 아주 간단한 개정안이어서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는 2월 말 이후 시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수도권의 재개발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재개발단지에 임대주택을 3% 더 짓는다고 전세난이 완화되지 않을뿐더러 조합원들 부담만 늘어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거환경연구원이 강남과 강북의 재개발단지 각 1곳을 대상으로 임대주택비율 증가 영향을 모의 계산한 결과 조합원 1인당 872만 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병천 서울 성북1구역재개발조합 추진위원장은 “임대주택이 늘어나면 부담이 커지는 조합원들이 재정착하기가 힘들어진다”며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조합원들에게 전세난 완화부담까지 떠넘겨 반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시행령 개정안이 확정되면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재개발조합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3월 말 현재 조합이나 추진위가 구성된 뒤 아직 사업시행인가를 얻지 못해 반발이 큰 재개발조합은 서울 141개, 경기 120개에 이른다. ○ 규제개혁위에서도 치열한 공방
문제의 시행령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로 넘어갔다. 법률안이 새로운 규제에 해당하는지 검토되는 일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4월 14일과 28일 두 차례나 심사를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일부 위원은 두 차례 회의에서 개정안의 타당성을 강조하는 국토부를 몰아붙였다. ‘임대주택비율을 3% 올리면 조합원들은 피해를 보지만 늘어나는 임대주택은 500채에 불과해 근본적인 전세대책이 될 수 없다. 임대주택을 늘리면 전세난의 직접적 피해자인 중산층이 입주할 집이 줄어 전세난이 더 악화된다’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조합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사안을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상위법이 위임한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국토부는 재개발 조합원과 시행사의 이익이 일부 줄어들지만 재개발사업장의 용적률을 법적 최고한도까지 올려주는 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어 보상이 가능하다고 맞섰다. 하지만 재개발 용적률 상향 법안은 4월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규개위 관계자는 “도정법 시행령 개정안은 5월 12일 규개위 회의 때 세 번째로 심사할 예정”이라며 “회의를 두 차례 거치고도 상정된 법률안이 원안동의를 얻지 못한 일은 아주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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