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32명 경남 통영 사량초등학교 IT교실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4일 03시 00분


“태블릿 PC가 제2선생님”… 섬마을 아이들 IT로 날다

《 선생님이 칠판에 ‘인구정책에 대해 알아보자’라고 쓴 뒤 말했다. “태블릿PC를 이용해 시대별 인구정책 포스터를 알아보고 공책에 정리하세요.” 그러자 학생들은 거침없이 가방에서 태블릿PC를 꺼내 ‘saryang3’ 라는 와이파이(Wi-Fi)망에서 인터넷에 접속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시대별 인구정책 포스터’라고 입력하자 1960년대 이후 인구정책 포스터가 줄줄이 나왔다. 학생들은 저마다 “찾았다. 여기 있어. 여기!”라고 외치며 포스터 문구를 공책에 옮겨 적었다. ‘적게 낳아 잘 기르면 부모 좋아 자식 좋아’…. 》

지난달 29일 경남 통영시 사량도 사량초등학교 학생들이 LG유플러스의 ‘에듀탭’을 들고 수업을 받고 있다. 이 학교 전교생 32명은 에듀탭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정보검색을 하고
EBS 강의도 내려받는다. LG유플러스 제공
지난달 29일 경남 통영시 사량도 사량초등학교 학생들이 LG유플러스의 ‘에듀탭’을 들고 수업을 받고 있다. 이 학교 전교생 32명은 에듀탭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정보검색을 하고 EBS 강의도 내려받는다. LG유플러스 제공
지난달 29일 오전 경남 통영에서 배를 타고 약 1시간 들어가야 하는 사량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는 태블릿PC ‘에듀탭’을 활용한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 학교의 학생은 1∼6학년 통틀어 32명. 이들 중 몇몇은 아직도 학교가 아니면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한다. 집에 인터넷이 연결돼 있는 친구들도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수준이어서 뭍에서 즐길 수 있는 속도의 10분의 1에 불과해 답답하기 짝이 없다.

6학년 학생 8명 중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학생은 4명. 그마저도 다 피처폰이다. 하지만 전교생 32명이 모두 태블릿PC로 수업을 한다. 스마트폰을 건너 뛴 채 태블릿PC를 사용하는 스마트기기 ‘월반’ 학생들이다.

○ 섬마을 교실의 달라진 풍경


섬마을 학생들이 태블릿PC 활용 수업을 하게 된 데에는 학교 선생님들의 깊은 배려가 있었다. 지난해 말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이 학교 내지분교, 돈지분교 학생 두 명이 우수한 성적을 거둬 경남도교육청으로부터 1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교사 워크숍 및 선진학교 탐방에 지원된 예산이지만 선생님들은 이를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다. 강준실 교장은 “섬이라 학원도 없고, 과외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이 갈수록 육지 아이들에 뒤처지는 게 안타까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던 중 한 교사가 “지원금으로 EBS강의 등 각종 교육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혹은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는 ‘에듀탭’을 사자”고 건의했다. 이 아이디어는 그대로 채택됐고, 학교는 이 소식을 판매처인 LG유플러스에 전달했다. 회사 측도 좋은 뜻이라며 시중가보다 싼값으로 제품을 제공했다.

태블릿PC를 활용한 뒤 수업 분위기도 크게 바뀌었다. 6학년을 맡고 있는 정수현 교사(36)는 “학생들의 수업 몰입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동안엔 수동적으로 지켜보기만 했지만 손과 귀를 이용해 직접 참여하는 수업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문제 해결능력도 향상됐다. 정 교사는 “전에는 학생들이 잘 모르는 질문을 받으면 침묵으로 일관했는데 이제는 ‘잠깐만요’라고 한 뒤 인터넷으로 찾는다”며 “다가올 중간고사에서 학생들이 어떤 성적을 올릴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태블릿PC는 섬마을 아이들의 정보격차 해소에도 일조하고 있다. 장이슬 양(10)은 에듀탭을 받고 난 후 가수 ‘빅뱅’의 노래를 언제나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장 양은 집 PC가 고장 나 친구들 휴대전화 벨소리로 노래를 들어야 했다. 이제 학교에서 와이파이로 노래를 내려받아 간다.

○ 더 나은 네트워크 환경이 필요

하지만 사량초등학교의 인터넷 접속환경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에듀탭은 3세대(3G) 이동통신망을 지원하지 않고 와이파이에서만 쓸 수 있는데 학교 와이파이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전에는 여학생들이, 오후에는 남학생들이 번갈아가며 EBS 강의를 내려받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이를 안 LG유플러스는 6월 말까지 네트워크 환경을 초당 100메가비트(Mbps)급 수준으로 증설해줄 예정이다. 6월이면 섬마을 아이들도 학교에서 초고속인터넷으로 각종 교육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내려받은 뒤 집에 가져가 서울지역 유명 선생님들의 과외를 받게 된다.

섬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한순례 씨는 방과 후에 에듀탭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저걸 사용한다고 아이들이 갑자기 공부를 잘하게 될 것 같진 않아요. 하지만 적어도 세상과 소통하는 길이 수월해지잖아요.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사량도=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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