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의 인수 후보로 산은금융지주가 급부상하고 있다. 공기업인 산은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할 경우 자산 규모 500조 원이 넘는 메가뱅크(초대형은행)가 출범하게 된다. 그러나 거대 국유(國有) 금융회사의 탄생은 민영화 취지에 맞지 않는 데다 공적자금 회수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금융은 조만간 재매각이 추진될 우리금융의 입찰에 참여하기로 내부적 방침을 정하고 이런 계획을 청와대와 금융위원회에 보고했다. 금융당국도 1월 김석동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각각 민영화를 추진하는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의 합병 시나리오를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로 검토해왔다. 김 위원장은 우리금융 민영화 로드맵을 2분기에 내놓겠다고 밝혀 우리금융 매각입찰은 이르면 이달 중에라도 공고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두 금융지주의 짝짓기 시나리오에 대해 당사자인 산은금융은 “우리금융지주 매각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바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우리금융도 “다른 금융회사와의 인수합병(M&A)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자체 민영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거듭 부인하는데도 이런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최근 산은금융과 산업은행의 최고위층이 우리금융 합병안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국내 금융산업의 규모가 국제 수준에 비해 크게 모자라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효과적으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며 메가뱅크의 필요성을 부쩍 강조하는 것도 ‘우리+산은’ 시나리오의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만약 우리금융(총자산 346조 원)과 산은금융(159조 원)이 합치면 총자산이 505조 원으로 세계 50위권의 금융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 두 금융지주 모두 기업금융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 합병이 성사되면 국내 기업금융시장의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금융권은 두 금융지주의 합병안에 부정적이다. 덩치가 커질수록 민영화가 지연될 수 있어 공적자금 조기 회수라는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법률적 걸림돌도 있다. 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지주회사가 다른 지주회사를 인수하려면 95% 이상을 사들여야 한다. 우리금융의 경우 정부가 56.74%만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수많은 주주에게 분산돼 있어 95% 이상을 사들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50% 이상만 매입해도 된다’는 특례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특혜 시비를 부를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저축은행 사태와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등 굵직한 금융 현안이 있기 때문에 두 금융지주의 민영화는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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