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수도권 신도시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는 대형건설사 분양팀장 A 씨는 경쟁사의 분양가를 미리 알아내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A 씨는 “경쟁사가 책정한 분양가보다 한푼이라도 더 싸게 공급해야 한다”며 “침체된 주택 경기 속에서 저렴한 분양가로 승부하는 ‘프라이스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올봄 분양시장은 분양가가 분양 성적을 가르고 있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 옥수 리버젠’, 울산 ‘우정혁신도시 푸르지오’ 등 분양 성적이 좋았던 단지들은 한결같이 주변 시세보다 3.3m²당 평균 10만∼200만 원 분양가가 낮았다. 3일 1순위 청약신청을 받은 포스코건설의 ‘송도 더샵 그린스퀘어’ 역시 ‘2005년 이후 송도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중 가장 싼 가격’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워 최고 16.54 대 1, 평균 0.9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아파트의 ‘프라이스 마케팅’은 수익형 부동산에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3월 말 분양해 지난달 초 계약을 시작한 서울 송파구 문정동 ‘송파 한화 오벨리스크’ 오피스텔은 평균 8.12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뒤 1주일 만에 100% 계약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이 업체 관계자는 “3.3m²당 분양가가 1171만 원으로 지난해 인근 신천동에서 분양된 다른 오피스텔 분양가(1298만 원)보다 평균 9.8% 싼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5월 분양을 앞둔 수익형 부동산들도 모두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나섰다. 우미건설은 9일부터 인천 청라지구에 공급하는 주상복합 ‘린 스트라우스’의 단지 내 상가 분양 홍보에 ‘청라지구에서 가장 저렴한 상가’를 내세웠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분양 중인 인근 상가보다 3.3m²당 400만∼500만 원 싸게 분양가를 책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 D&D 역시 이달 서울 용산구 문배동에서 분양하는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복합단지 ‘용산 큐브’를 최근 인근에서 분양된 비슷한 주택보다 약 1000만 원 낮게 공급할 예정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분양 초기 미분양이 되더라도 꾸준히 팔려나가는 아파트와 달리 수익형 부동산은 3개월 안에 승부를 보지 않으면 장기 미분양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각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와 맞물려 마진보다 분양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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