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던 원자재값, 투기세력 빠지자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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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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銀 원유 농산물가격 곤두박질… 한국 등 글로벌 증시 동반 추락

천정부지로 치솟던 국제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폭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국제 은값이 이달 들어 무려 26% 곤두박질친 것을 비롯해 원유, 금속, 농산물 가격이 ‘날개 없는 추락’을 보였다. 가격 급등세를 이끌던 큰손 투기 세력들이 시장을 탈출하면서 원자재 시장이 급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투기성 자금이 떠받치던 원자재 시장의 거품이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일주일 새 은값 ―26%


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은(銀) 선물가격은 8% 하락한 31.1g(1온스)당 36.2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말 온스당 50달러에 육박했던 은값이 한 주 만에 30달러대로 추락한 것. 올 들어서만 56% 급등하며 31년 만의 최고치를 연일 경신한 은값은 이번 주 들어 나흘간 무려 26% 폭락하며 그간의 상승분을 빠르게 반납했다. 국제 금값도 2.2% 하락한 1481.40달러로 마감했다.

유가도 곤두박질쳤다.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8.6% 내린 배럴당 99.80달러로 마감하며 100달러 선이 붕괴됐다. WTI가 100달러를 밑돈 것은 3월 16일 이후 처음이다. 하락 폭도 2009년 4월 20일 이후 2년 만에 최대치다. 옥수수(―2.84%) 대두(―2.24%) 소맥(―2.84%) 등 국제 곡물 가격도 일제히 하락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가 원자재 투자 비중을 줄이라고 권고한 데 이어 헤지펀드의 대부 격인 조지 소로스가 금을 처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기 세력이 매도로 돌아서며 급락세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미국의 주간 실업자 수가 작년 8월 중순 이후 최대치를 보이자 글로벌 경기가 다시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 글로벌 증시 일제히 하락세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글로벌 증시도 출렁였다. 6일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1.45% 급락한 것을 비롯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30%) 홍콩 항셍지수(―0.44%) 등이 동반 약세를 보였다.

한국 코스피도 전날보다 33.19포인트(1.52%) 내린 2,147.45에 마감해 3거래일 만에 무려 80포인트가량 추락했다. 특히 유가 하락 충격으로 국내 증시를 이끌던 화학과 정유업종이 크게 떨어지며 타격을 입었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 등 정유 3사가 5∼7% 하락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이 미국 달러화 강세와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도 한때 1090원대로 급등했다가 전날보다 8.30원 오른 1083.20원에 마감했다.

원자재 가격 급락이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촉발된 만큼 단기적으로 악재가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원가 부담 해소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위험자산인 원자재 시장을 이탈하고 있는 투기자금들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신흥국 증시에서도 떠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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