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기 제조사인 팬택이 2006년 파산 위기에 빠졌을 때 다른 시중은행들은 모두 등을 돌렸고 우리은행만 곁을 지켰습니다. 그 결과 팬택은 부활했죠. 기업금융은 우리은행의 전통이고, 기업을 살려 일자리를 유지시키는 것은 우리은행의 숙명입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61)은 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대기업의 부실 계열사 ‘꼬리 자르기’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팬택 사례를 들어가며 “살아날 의지가 있는 기업에 대해 ‘우산’을 빼앗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은행들이 외면하더라도 우리은행은 기업을 살리는 은행으로서의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음 달까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을 대거 정리해 ‘부동산 PF로 골병든 은행’이라는 꼬리표를 떼겠다고 다짐했다. ○ “대기업의 자식 버리기, 국민에 대한 배신”
이 행장은 ‘기업구조조정’은 기업을 자르는 게 아니라 살리는 것이라며 이 분야에 있어선 우리은행이 다른 어느 곳보다 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환자(부실기업)가 약을 먹어서 괜찮아질 수 있을 때 고쳐줘야 합니다. 중병에 걸렸더라도 살겠다는 의지가 강하면 수술을 해서라도 살려내야 하는 게 우리 일입니다.”
그는 채권단과 법정관리 철회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삼부토건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삼부토건은 지난달 12일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상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에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해 논란을 일으켰다. 채권단은 삼부토건이 소유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라마다르네상스를 담보로 내놓으면 추가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다음 날 새벽에 삼부토건 회장님을 만나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회장님, 라마다르네상스호텔(삼부토건 소유) 가지고 행복하게 사실 겁니까.’ 꼬리를 자르는 게 끝이 아닙니다. 그럼 삼부토건의 임직원과 하청업체들은 어떻게 됩니까.”
그는 꼬리 자르기를 ‘자식 버리기’에 비유했다. 특히 “잘나갈 때는 데리고 있다가 어려워질 때 자식을 버리는 행위는 결국 은행 부실을 키워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국민 세금을 그런 데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 집값 안정되면 PF도 나아질 것
“부동산 PF 부실채권이 6조 원가량 남아 걱정이 됩니다. 직원들도 영업을 열심히 해도 막판에 PF 부실 대손충당금을 쌓다 보면 영업할 재미가 없다고 하더군요.”
3월 취임한 이 행장의 최대 골칫거리는 부동산 PF 부실채권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은행의 PF 대출 규모는 6조7348억 원으로 다른 은행에 비해 압도적이다. 이 가운데 부실채권으로 분류된 규모가 1조9964억 원으로 부실비율이 29.64%. 시중은행 평균 부동산 PF대출 부실채권 비율이 14.94%임을 감안할 때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이 행장은 “6월 안으로 사업장별 수익성을 살펴보고 시행사나 시공사를 바꾸는 등 정리작업을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현대건설 매각이익으로 들어온 9000억 원 등을 활용하면 PF 문제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장기 침체에 빠진 부동산경기와 관련해 “집값은 반드시 적정하게 유지돼야 국민이 덜 불안하고 PF 문제도 함께 해결될 수 있다”며 정부에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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