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휘황찬란한 수식어들입니까. 그동안 발광다이오드(LED·전기 에너지를 빛 에너지로 바꿔주는 반도체 소자) 조명업계가 내세웠던 LED 홍보 문구들입니다.
실제로 LED 조명은 ‘스마트’합니다. 60W(와트) 백열등의 수명이 평균 1000시간(형광등은 8000시간)인 데 비해 같은 광량을 지닌 7.2W LED 램프의 수명은 무려 2만5000시간입니다. 전력소비는 백열등의 9분의 1, 형광등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형광등에 든 수은과 납도 없습니다.
그런데 LED 조명업계는 ‘찬란한 홍보’의 덫에 걸린 측면이 있습니다. 최근 기자를 만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나치게 차세대 기술을 강조한 탓에 소비자들이 LED조명을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으로 여깁니다. 1000원짜리 한 장 주고 사는 백열등에 비해 수만 원대인 가격만으로도 소비자에겐 이미 큰 부담인데 말입니다.”
일본 니치아화학공업, 네덜란드 필립스루미레즈, 독일 오스람 등과 더불어 글로벌 업계 ‘톱5’에 드는 삼성LED는 이 같은 반성에 지난해 4월 이마트를 통해 3만9990원짜리 LED 램프를 팔았습니다. 같은 해 9월엔 이 제품의 가격을 3만5000원으로 내렸죠. 그러나 이미 ‘나와 상관없는 조명’이라고 생각해버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판매 직원들이 “한번 큰맘 먹고 장만하면 2년쯤 뒤에는 백열등보다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봤자 소용없었습니다.
삼성LED는 9일부터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1만8900원짜리 ‘실속형’ LED 램프(사진)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독자적 회로설계를 통해 공정을 단순화하고, 생산성을 높여 가격을 내릴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필립스는 올해 말에 각각 1만 원대 LED 램프를 내놓겠다고 선언했습니다.
1997년 니치아화학공업이 백색 LED를 개발하면서 세상에 나온 LED 조명은 그동안 주로 공공기관과 기업에 쓰였습니다. 그런데 LED 조명업계는 올해를 ‘한국 LED 조명시장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합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조만간 전기요금을 연료비 연동제로 현실화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각 가정에서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 조명에 눈을 돌리리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1만 원대 LED 램프. 이젠 ‘친근한 누이’의 얼굴로 우리 곁을 비추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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