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는 산업가동률의 급락을 경험했다. 이후 국가마다 가동률의 회복 속도가 달랐는데 한국이 가장 빨랐고, 선진국은 올해 들어 비로소 정상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위기 직전 시점인 2008년 8월 가동률을 기준점으로 놓고 이 수준으로의 회복 시기를 비교해 보면 한국은 2009년 7월에, 미국과 독일은 이보다 19개월 늦은 올해 2월에 정상화됐다. 일본은 아직 기준 시점까지의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업종별로 봐도 대부분의 업종에서 한국의 가동률 회복 속도가 가장 빨랐다. 예를 들어 화학의 경우 한국은 2009년 4월에 정상화를 마친 반면 미국은 이보다 7개월 늦은 2009년 11월에, 일본은 9개월 늦은 2010년 1월에 정상화를 이뤘다. 자동차는 위기 이후 주요국 모두 급격한 가동률 하락이 나타났는데, 한국은 2009년 6월에 정상화가 이뤄진 반면 일본은 아직까지도 정상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가 남아 있는 일본을 제외하면 이제 전 세계의 가동률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볼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가 정상 궤도로 돌아오는 데 약 2년 6개월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이제부터는 신규 투자 여부가 중요하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설비로 100% 가동이 이뤄지면 신규 투자 여부에 따라 추가 주문을 받을 수 있는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위기 이후 한국은 일본이나 미국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는데, 이 부분이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주요국의 생산규모 증가율을 비교해 보면 한국은 2007년 이후 24.3% 상승한 반면 일본과 미국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이들 국가는 경기회복이 늦어지면서 가동률 정상화에 주력했을 뿐 신규 투자를 할 여력도, 신규 투자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위기 이후 남보다 빠른 회복, 현금 확보, 선행 투자, 경기 회복 국면에서의 수혜’라는 선순환 구도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기업 내에서도 자금을 어디에 사용했느냐에 따라 주가 반응이 민감해지고 있다. 기업의 자금 사용액 중에서 설비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과 자사주 매입 비중이 높은 기업을 구분해 주가 반응을 보면 설비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의 주가가 더 많이 상승하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매각을 통해 우호 지분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대주주의 지배구조 강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즉 신규 투자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자금을 사용하고 있는지, 지배구조 강화 쪽으로 자금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보다 빨리 선행 투자에 집중한 기업에 관심을 둘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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