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파리의 하이브리드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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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박승헌 산업부 기자
박승헌 산업부 기자
프랑스 파리는 지저분하다. 샹젤리제 거리에는 담배꽁초가 너저분하게 박혀 있고 미라보 다리 위에는 쓰레기가 굴러다닌다. 프랑스의 시인, 소설가인 기욤 아폴리네르가 어떻게 이런 도시에서 그토록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었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다.

하지만 아침이 되면 생각이 바뀐다. 깨끗이 치워진 도로와 고풍스러운 건물들 틈으로 햇볕이 들면 사진 속에서 보던 파리의 풍경이 펼쳐진다. 풍경 속 파리지앵들은 지하철을 타거나 무인자전거 대여 시스템인 ‘벨리브’를 이용해 회사로 간다. 알고 보면 파리는 지극히 친환경적인 도시다.

유해가스 배출량이 적은 하이브리드 차량도 쉽게 볼 수 있다.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차량인 도요타 ‘프리우스’ 택시(사진)가 도로 위를 누비기 때문이다. 프리우스 택시 운전사 다니엘 세르노 씨는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연료소비효율도 높아 경제적이라서 택시 차량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입할 때 최대 5000유로(약 770만 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했다.

택시회사도 하이브리드 택시를 마케팅에 활용한다. 택시회사 ‘G7 Taxis’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그린캡(GreenCab)’이라는 스티커를 붙여 친환경 택시임을 강조한다.

자연히 파리 시민들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접할 기회가 많다. 택시가 친환경 차량 저변 확대에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에서 사는 고은형 씨(43·여)는 “최근 1년 사이 하이브리드 택시가 많아져 TV에서만 보던 친환경 차량을 직접 타 볼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친환경 차량 시장은 협소하기 이를 데 없다. 지난해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은 8473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전체 국산 승용차 121만7764대 가운데 하이브리드 차량의 비중은 0.5%에 불과하다. 수입차 시장에서의 비중은 2.5%다. 값이 비싼 데다 접할 기회도 없어 소비자의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변 확대는 대중과의 친밀도를 높이는 데에서 시작된다. 유럽 절반 수준의 보조금 혜택을 주면서 말로만 친환경을 외칠 것이 아니라 우리도 친환경 차량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 거리의 쓰레기야 치우면 되지만 도시의 공기를 맑게 하는 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박승헌 산업부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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