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막대한 부채를 줄여 경영을 정상화하려면 회사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인사시스템과 조직체계를 대대적으로 혁신했다. 이는 재무안정과 공익사업 수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LH가 낸 출사표와 다름없다.》
○인사는 공정, 투명 지향
LH는 최근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하기에 앞서 4대 원칙을 공표했다. 연공서열 대신 능력 있는 우수인재를 발탁하는 혁신인사, 출신과 지역, 직렬의 치우침이 없는 균형인사, 심사기준과 절차에 편향이 없는 공정인사, 심사의 모든 과정을 그대로 알리는 투명인사가 바로 그것이었다.
LH는 이러한 인사원칙을 토대로 모두 7단계로 구성된 인사 검증시스템을 갖춰 인사작업에 착수했다. 1단계에서 징계 등을 받은 경력이 있는 직원을 심사대상자에서 제외하고 2단계에서 인사예정자의 5배수를 추천했다. 3단계에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감사실이 나서 비리에 가담한 적이 있는 사례 등을 확인해 부적격자를 추려냈다. 4단계에서 인사예정자를 3배수로 압축한 뒤 5단계로 넘어가 전국의 지역본부장과 사업본부장이 모두 참여하는 의견제출 작업을 벌였다. 6단계 때는 5단계에서 제출된 의견을 토대로 인사예정자를 2배수로 다시 줄인 뒤 7단계의 최종 결정을 진행했다.
LH는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 명단을 심사 시작과 동시에 사내 포털사이트에 게시하는 한편 심사의 전 과정을 폐쇄회로(CC)TV로 녹화했다. 또 심사와 관련이 없는 일반 직원들이 각 단계를 참관할 수 있도록 해 투명성 보장에 최선을 다했다.
LH는 이 같은 절차를 통해 모두 140개 자리에 젊고 참신한 하위직급을 전진 배치해 인적쇄신과 세대교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직급정원 대비 조정률이 1급 45%, 2급 19%에 이르러 조직 자체가 젊어지는 효과를 얻었다. 또 주택디자인처장에 여성을 임명해 LH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여성이 부서를 총괄하도록 했고 여성 부장도 2명으로 늘렸다. 오산사업본부장은 전기직 출신으로 전기직으로는 역시 처음으로 사업본부장 보직을 받았다.
이 밖에 부서 간 순환과 교류를 활성화하도록 본사-지역본부-사업본부 간 그리고 지역본부 내근과 현장 간의 순환배치도 적극 시행했다. ○자기완결형 조직으로 탈바꿈
LH는 인사와 함께 본사의 지원조직을 크게 축소하는 대신 부가가치가 나오는 현장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현장 중심의 조직을 갖추는 데 한발 더 나아갔다. 이를 위해 비슷하거나 중복되는 부서를 통폐합해 기존의 6이사, 3부문, 45처실을 6이사, 4부문, 41처실로 개편함으로 써 본사 조직을 간소화했다.
또 지역본부에 있는 부 단위 내근 지원조직을 152개에서 94개로 크게 줄이는 대신 현장의 개발사업단은 37개에서 62개로 크게 확충했다. 이렇게 늘어난 현장의 개발사업단에는 LH 전체 인력의 57%인 3750명을 배치해 대고객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현장의 생산성을 높이도록 했다.
특히 현장 사업단이 토지보상에서부터 토지개발, 주택건설, 토지·주택 판매 등 전체 과정을 한꺼번에 수행할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의 권한을 부여했다. 신규 사업은 총괄책임자를 지정하는 ‘사업실명제’를 실시해 책임경영체제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와 함께 서민 주거복지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도시재생과 지역도시개발사업을 관장하던 도시개발이사와 주거복지 및 임대주택을 담당하던 주거복지부문을 ‘주거복지이사’로 확대 개편했다.
산업단지 개발사업기능을 강화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국토관리이사를 없애는 대신 산업단지와 경제자유구역, 해외사업, 토지은행, 남북협력사업을 총괄하는 산업경제이사를 새로 만들었다. 개혁의 성과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홍보와 고객서비스, 기업문화, 사회공헌업무를 총괄하는 홍보고객부문도 신설했다.
이지송 LH 사장은 “경영정상화를 이루고 국민 중심 경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조직 운영의 큰 골격을 갖추었다”며 “철저하고 공정한 인사검증시스템을 통해 오직 LH를 위해 힘껏 일할 수 있는 훌륭한 인재를 발탁해 적재적소에 배치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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