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서발전은 국내 발전설비의 약 11.5%(총설비용량 8813MW)를 소유한 에너지 공기업이다. 핵심 발전소인 당진화력본부를 비롯해 전국에 5개 사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취임한 이길구 사장은 동서발전의 사업이 국내에만 머물러서는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장은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해외 사업 등 신사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강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글로벌 역량을 갖춘 강한 직원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에 동서발전은 우선 인력 재배치부터 나섰다. 해외사업 추진 인력을 3년 만에 8명에서 80명으로 10배로 늘리고, 엔지니어링, 자체 정비 등 기술 인력도 12명에서 70명으로 5배 이상으로 늘렸다.
동서발전은 공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2009년 8월 영어 공용화 제도도 도입했다. 이후 회사 내 우수그룹을 대상으로 회의자료, e메일, 메신저에 영어 사용을 늘려 나가고 있다. 해외사업 경험이 전무했던 직원들에게는 ‘글로벌 파이오니어’ 프로그램을 도입해 ‘마인드 혁신’을 유도하고 있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종전에는 직원들 사이에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생각이 있었다”며 “그러나 신사업을 추진하면서부터는 느슨하고 비대했던 조직문화에 긴장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해외사업 박차-자메이카도 진출
올 초 발표한 ‘비전 2020’에는 이러한 동서발전의 변화 의지가 포함돼 있다. 동서발전 측은 “2020년에는 회사 전체 매출액의 50%(7조500억 원)를 해외사업을 통해 달성한다는 방침”이라며 “해외 사업장에 파견하는 인력 규모도 2080여 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동서발전의 해외사업은 8개국에서 10개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개발 추진 중인 사업도 15개국, 18개 사업에 달한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해외에서 발전사업을 하면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서 우리의 국가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가 있다”며 “일반적인 플랜트 건설 사업과는 달리 한국의 기자재, 인력 및 부품까지 수출할 수 있어 후방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동서발전이 4월 지분 40%를 인수한 ‘자메이카 전력공사’는 대표적인 예. 자메이카 전력공사는 현지 총발전용량(853.5MW)의 약 75%인 636.9MW를 생산하고 송배전망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으로, 나머지 지분은 일본의 종합상사 마루베니와 자메이카 정부가 각각 40%, 20% 가지고 있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자메이카 전력공사 운영을 통해 2027년까지 총 7조7000억 원의 매출과 6200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성과가 좋으면 향후 10년 단위로 계약 연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자메이카 전력공사의 발전소 효율은 29% 수준에 불과하고 송배전 손실률을 21%에 달한다. 동서발전 발전소의 평균효율이 40%대고 한국의 송배전 손실률이 4%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개선의 여지가 많은 셈이다. 동서발전 측은 “올 하반기(7∼12월)부터 자메이카 현지에 발전 및 송배전 분야 전문가를 파견해 발전소 효율 향상과 송배전 손실률 절감 기술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개선 작업이 효과적으로 마무리되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 상생으로 기술 강화
동서발전은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자사의 기술력 강화에도 애쓰고 있다. 발전사 최초로 산학협력을 통해 청년 및 석박사급 인력 60여 명의 채용을 중소기업에 알선하는가 하면, 중소 설비기업과 힘을 합쳐 외산 장비의 국산화를 추진하는 식이다. 동서발전 측은 “이를 통해 회사는 질 좋은 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었고, 해당 중소기업은 약 1조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며 “덕분에 지난해 지식경제부가 실시한 ‘2010 공공기관 중소기업 지원 평가’에서 14개 수익형 공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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