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공기관 기관장의 업무추진비가 정부부처 장관보다 많고 연봉의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총 67억 원에 가까운 돈이 이들 기관장의 업무추진비로 들어갔지만 각 기관은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1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292개 기관은 기관장의 업무추진비로 67억6700만 원을 썼다. 이 중 가장 많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기관은 KAIST로 7700만 원을 썼으며 이어 △국민건강보험공단 7500만 원 △그랜드코리아레저 7100만 원 △국방과학연구소 7000만 원 순이었다. 매달 봉급 외에 600만 원 가까운 돈을 업무추진비로 쓴 셈이다. 기관장 연봉은 건보공단 1억4600만 원, 그랜드코리아레저 1억4000만 원, 국방과학연구소 1억5700만 원이어서 이들 기관장은 연봉의 절반 가까운 돈을 업무추진비로 쓴 것이다. 지난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업무추진비는 6715만 원으로 이들보다 적었다.
이 밖에 중소기업은행, 한국정책금융공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장학재단, 한국환경공단,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한법률구조공단, 근로복지공단의 기관장 업무추진비도 5000만 원을 넘겼다.
업무추진비는 주로 회의비, 업무협의비, 경조사비, 화환비 등으로 사용되며 경조사 화환비가 업무추진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KAIST 총장의 경우 지난해 1755만 원을 경조사 화환비로 사용했으며, 건보공단 이사장도 1341만 원을 화환비로 사용했다.
문제는 각 기관에서 알리오를 통해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디에 돈을 썼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접대비(외부고객 응대용 주류 구매) △정책협의 간담회 등 2개 항목으로 업무추진비를 분류하고, KAIST는 △기타(행사비) △유관기관 경조사 및 축하 화환 △유관기관 업무협의비 △회의비 등 4개 기준으로 분류한다. 기준이 통일되지 않은 데다 항목이 포괄적이어서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업무추진비를 최대한 절감해서 운영하라는 지침을 내릴 뿐 다른 지침은 없다”며 “기관별로 공통된 분류항목이나 세부항목을 지정해 공개하도록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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