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만기가 2분기에 집중되면서 부동산 PF 부실의 불똥이 증권업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ABCP 매입 약정을 잔뜩 떠안은 일부 중견 증권사가 ABCP 재발행에 실패하면 유동성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PF ABCP는 PF 대출이 막힌 건설사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를 담보로 발행한 만기 3∼6개월의 기업어음이다. 만기가 돌아온 ABCP를 다시 발행할 때 인수자가 나서지 않으면 사겠다고 약정한 금융회사가 대신 사들여야 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PF ABCP 규모는 17조7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달 만기 물량(약 2조3000억 원)은 문제없이 넘어갔지만 5∼7월 3개월 동안 약 10조 원의 ABCP 만기가 몰려 있어 차환 발행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신용등급 A등급 건설사가 지급 보증한 PF ABCP는 5∼7월 동안 약 8조5000억 원 규모가 차환될 예정이다.
작년 말 기준 증권사들이 ABCP 매입 약정을 맺은 규모는 약 4조1000억 원어치로 2009년 말(1조6500억 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이후 은행권이 PF 대출을 회수하거나 만기 연장을 크게 줄이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ABCP 매입 약정 금융회사가 은행에서 증권사로 옮겨간 탓이다.
문제는 PF ABCP가 은행 PB센터나 증권사를 통해 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많이 팔렸고, 최근 중견 건설사의 줄도산 공포로 개인이 PF ABCP를 사들이지 않는다면 매입을 약정한 금융회사가 만기 물량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건설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ABCP 상환 시점마다 차환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증권사로선 ABCP를 재발행하지 않으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 대출과 달리 PF ABCP는 불특정 다수의 개인이 많이 투자해 금융환경이 악화되면 실질적인 만기연장 위험이 은행 대출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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