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한가운데에 바닥을 뚫고 자라는 야자수가 놓여 있다. 직원들은 하루 24시간 중 언제든 맘에 드는 시간에 출근한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만드는 사람들의 근무 환경은 무질서해 보였지만 매주 새 서비스를 하나씩 내놓을 정도로 숨 가쁘게 돌아갔다. 샌브루노=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구글이 2006년 16억5000만 달러(약 1조8000억 원)를 주고 ‘유튜브’라는 동영상 회사를 인수하자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유튜브는 엄청난 적자를 보던 회사였기 때문이다. 동영상을 저장하고 세계인에게 보여주는 데 드는 설비투자액은 온라인 광고수입보다 빠르게 늘어났다. 당시 유튜브는 서비스가 잘될수록 적자가 커지는 괴로운 사업이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유튜브는 구글의 성장엔진으로 대접받는다. 동영상 광고수입이 급증한 반면 설비가격은 떨어지면서 월가의 투자자들은 올해 유튜브가 처음으로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브루노 유튜브 본사를 찾아 성공 스토리를 들어봤다. 톰 피켓 글로벌콘텐츠 담당이사는 “모든 건 사용자 덕분”이라고 말했다. ○ 유튜브는 당신의 TV
캘리포니아 샌브루노의 유튜브 본사 정문.유튜브(YouTube)의 ‘튜브’는 미국에서 TV를 일컫는 표현이다. 회사 이름 자체가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TV’라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유튜브는 더 많은 사람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브로 올릴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회사를 발전시켰다.
예를 들어 직접 만든 화장품으로 화장하는 모습을 찍어 유튜브에 올린 미셸 팬이란 누리꾼은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하게 됐다. 셰이칼이란 사람은 자신의 일상을 유튜브에 올리다 인기를 끌어 유튜브에서 나눠 받은 광고수익만으로 주택대출을 모두 갚았다. 인기 가수 저스틴 비버는 유튜브에 노래하는 모습을 올렸다가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이렇게 지금 이 순간에도 유튜브에는 1분마다 35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새로 업로드되고, 매일 20억 회 이상의 동영상이 재생된다.
여기에 이르기까지는 엄청난 사용자를 감당할 수 있는 튼튼한 기술력과 사용자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했다. 기술은 구글과의 합병 덕분에 대부분 해결됐다. 수십만 명이 동시에 한 영상을 봐도 문제없이 서비스되도록 하는 기술은 구글의 네트워크 관리기술을 이용했다. 또 TV와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에서 유튜브가 상영되도록 하는 것도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업 등을 벌이는 덕분에 쉽게 적용할 수 있었다. 존 하딩 기술담당이사는 “초기에는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였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기능을 덧붙이는 게 유튜브의 목표”라며 “매주 한 가지 중요한 신기술을 선보일 정도로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도입된 새로운 기능이 바로 ‘유튜브 비디오 에디터’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유튜브에 올린 여러 개의 동영상을 모아 한 편의 영화처럼 편집할 수 있고 각종 효과도 줄 수 있다. 최근에는 주로 캠코더나 스마트폰으로 찍는 손수제작물(UCC)의 특성을 감안해 ‘이미지 스태빌라이저’라는 손떨림 제거 기술도 도입했다. 사용자들이 비싸고 어려운 동영상 프로그램을 사지 않아도 유튜브에서 비디오 편집까지 마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 새로운 도전
유튜브 본사는 환경도 독특했다. 암벽 등반을 연습하는 기계가 로비에 있고 건물 지하에는 근무 중 언제라도 들어가 기분을 풀 수 있는 수영장이 있다. 사무실 한가운데에는 화분 없이 바닥을 뚫고 자라나는 야자수들이 있었다. 기자의 방문 시간이 오전 11시였는데 한 직원의 책상 위에는 마시다 만 맥주병이 놓여 있었다.
박현욱 유튜브 글로벌마케팅팀장은 “창의적인 환경이 중요하기 때문에 술을 마시든 한밤중에 출근하든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튜브는 독특한 일을 많이 벌인다. 마케팅 차원에서 사용자가 직접 오케스트라의 한 부분을 연주하게 한 뒤 사용자 투표를 거쳐 ‘유튜브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하도록 했다. 최근에는 유명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과 함께 ‘라이프 인 어 데이(Life in a Day)’라는 영화도 찍었다. 세계의 유튜브 사용자들이 2010년 7월 24일 하루 동안 찍은 자신의 일상을 편집해 영화로 만든 것이다.
피켓 이사는 “세상의 모든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누리꾼을 지원해 더욱 수준 높은 영상을 만들도록 돕는 일부터 영화사나 방송국의 전문 영상을 TV와 스마트폰으로 전달하는 역할까지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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