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동영상이었다. 1분에 영화 한 편을 다 내려받을 정도로 속도가 빨라서 ‘광(光)랜’이라 부르던 가정용 초고속인터넷이 10분이 넘어도 영화 한 편 받지 못하게 된 것도, 스마트폰으로 통화하다 툭하면 끊기는 배경에도 동영상이 있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샌드바인은 18일 ‘글로벌 인터넷 현상’ 자료를 통해 최근 인터넷으로 영화를 빌려 보는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북미지역 저녁시간 인터넷 사용량의 29.7%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구글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10%)와 기타 동영상 서비스를 포함하면 인터넷 사용량의 절반 가까이가 동영상에 쓰인다는 것이다. 국내 스마트폰에서도 이런 통계는 마찬가지였다. SK텔레콤은 5월 첫째 주 이 회사 전체 스마트폰 가입자의 인터넷 사용량 가운데 23%가 멀티미디어에 쓰였다고 밝혔다. 이는 음악까지 포함한 수치이지만 음악의 크기는 동영상의 수십분의 1에 그치기 때문에 대부분 동영상이 차지한다고 봐야 한다.
이런 현상이 본격화되자 ‘무임승차’ 논란이 시작됐다. 그동안 통신망을 만드는 데 막대한 비용을 썼던 통신사들이 넷플릭스나 구글 같은 업체가 돈 한 푼 안 들이고 자신들의 통신망에서 장사한다며 비난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지상파TV나 케이블TV를 통해 동영상을 봤다. 이때 방송국은 직접 송신탑을 세우거나 케이블망을 만들었지만 새로운 인터넷 사업자들은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고 돈만 챙긴다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에서는 이런 논란이 더욱 거세다. 무선통신은 유선통신보다 감당할 수 있는 통신량이 부족한데 구글이 유튜브 등의 서비스를 통해 대부분의 무선 인터넷 통신량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유럽 이동통신사들은 구글이 이동통신망에서 차지하는 통신량을 기초로 부담금을 물려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다음, 네이버 등 국내 포털사이트도 앞다퉈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와 비교해 SK텔레콤은 3세대(3G) 통신망 기준으로 지난해 1월 147TB(테라바이트)이던 데이터 통신량이 올 1월 3079TB로 21배로 늘었다. LG유플러스도 같은 기간 70TB에서 550TB로 통신량이 8배로 늘었다. 1TB는 두 시간짜리 영화 1500편에 해당하는 용량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무임승차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유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한 동영상 서비스가 늘어나면 소비자는 새로운 서비스를 즐기기 위해 기꺼이 전보다 비싼 통신료를 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이후 스마트폰에서도 동영상을 맘껏 볼 수 있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도입되자 국내 통신사들의 데이터통화 매출이 지난해보다 평균 15% 이상 늘어났다. 현재 스마트폰 사용자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가입 비율은 52%에 이른다.
하지만 빠르게 늘어나는 인터넷 사용량을 현재의 통신망이 따라가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구글은 인터넷 기업이면서도 세계 주요 통신사와 협력해 해저케이블 설치 등과 관련된 연구개발 투자에 참여한다. 또 통신사들도 4세대(4G) 통신서비스로 불리는 롱텀에볼루션(LTE)이나 와이브로 기술을 최대한 빠르게 도입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소비자들도 스마트폰을 살 때 ‘무선 인터넷의 원활한 사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추세다. 최근 KT가 ‘스마트폰을 살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82명 가운데 316명이 ‘무선 인터넷’이라고 응답해 1위를 차지했다. ‘사운드(음향)’나 ‘처리속도’ 같은 기계적 특성은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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