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짝짓기’가 우리금융 민영화의 묘수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동아일보 경제부가 18일 경제·금융전문가 10명에게 ‘우리금융+산은금융’ 모델에 대해 긴급 설문을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은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나머지 3명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는 조합이지만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 민영화 요원, 관치금융 폐해 우려
전문가들은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국내 금융시장 발전 등 우리금융 매각의 3가지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덩치가 커져 오히려 민영화 추진에 부담이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두 곳을 합치면 자산 규모 505조 원의 공룡이 탄생하는데 이런 회사를 누가 인수할 수 있겠느냐”며 “민영화는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시장독점과 관치(官治)금융 부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렇지 않아도 기업금융 비중이 높은 우리금융을 산은금융이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 독점이 우려되고 국내 금융시장 발전도 저해된다는 것이다. 거대 국유은행이 생기면 정부 입김이 대출을 통해 기업에 전해질 수 있고, 시장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중은행 경영 경험이 없는 산은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우리금융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덩치 크다고 메가뱅크 아니다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이 내세운 ‘메가뱅크’론(論)에도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았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형화의 이익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시장에 대한 지배력 확대 및 남용에는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회사가 합쳐 봐야 글로벌 순위는 고작 54위에 불과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대형화에도 부정적이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규모가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인위적으로 덩치만 키운다고 저절로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현재 자산 300조 원대 수준의 다른 금융지주들이 각종 경영리스크 등 자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메가뱅크의 등장으로 위험관리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투자은행 육성을 위해서라면 산은이라고 해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곤란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수주는 결국 금융에서 결판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메가뱅크 출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며 “우리은행 매각과정에서 민영화 역행 논란, 산은 단독입찰 가능성 등의 문제점을 잘 보완하면 (산은을 활용한) 메가뱅크 출현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마땅한 대안 없는 게 문제
전문가들은 우리금융 민영화의 3대 원칙을 모두 충족하는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란 원칙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영화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언제까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집하며 붙들고 있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일괄매각이 아닌 분리 매각, 소유 분산을 전제로 한 대량매각(블록딜) 방식 등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우리금융이 자체 추진하는 컨소시엄을 배척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인수자 요건 중 ‘경영권을 확보하는 인수자’라는 조건을 빼 가능성을 열어 주자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서두르지 말고 다양한 대안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