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대전 어음부도율 37배 폭등… 도대체 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0일 03시 00분


지난달 대전지역 어음부도율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것으로 나타나 그 원인을 놓고 한바탕 소동이 일었습니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중 어음부도율 동향’에 따르면 대전지역 어음부도율은 3.31%로 전달의 0.09%보다 37배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부도금액은 3월 132억8000만 원에서 지난달 5018억9000억 원으로 급등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전국 기준 부도율도 0.02%에서 0.06%로 크게 올랐습니다.

대전 경기가 지난달에 갑자기 악화돼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졌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어음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건 단 한 장의 ‘백지어음’이었습니다.

지난달 6일 하나은행 대전 둔산지점에 A 씨가 5000억 원짜리 백지어음을 들고 와 결제를 요청했습니다. 은행 측은 이 어음의 발행자인 대전의 한 아동의류 도매업체의 당좌예금 잔액을 확인했지만 당연히 모자랐습니다. 이 회사는 평소 자금사정이 나쁘지 않았지만 결국 부도 처리됐습니다.

지역의 영세 의류도매업체에 이 같은 거액의 백지어음이 결제 요구된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백지어음은 주로 외상 또는 돈을 빌려줄 때 담보용으로 받습니다. 금액과 지급기일을 비워두기 때문에 백지어음을 받은 사람이 원하는 만큼 써서 어음 발행자가 거래하는 은행에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어음 발행자와 채권자인 A 씨의 관계는 확실치 않습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어음을 분실했거나 사기를 당한 것이라면 발행자가 은행에 신고를 했을 텐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사채시장 관계자는 “어음 발행자가 돈을 빌릴 때 담보용으로 백지어음을 줬는데 돈을 갚지 않자 채권자가 화가 나 의도적으로 일을 저지른 것 같다”고 추정했습니다.

A 씨가 사실상 결제 불가능한 5000억 원짜리 백지어음을 은행에 제출한 것에는 사기행각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음을 은행에 제출하면 통장에 해당 금액이 기재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거짓 투자유치 등을 벌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금융당국은 국책사업 투자를 미끼로 한 모종의 거래가 있을 수 있다고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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