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여자에겐 관대하지 않다? 신형 골프 G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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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0일 09시 20분


독일 아우토반 1차선을 겁 없이 질주하는 ‘빈자(貧者)의 포르쉐’ 골프 GTI.

1976년 GTI 1세대가 탄생한 이래 6세대까지 진화하며 세계에서 모두 170만대가 팔렸다. 물론 ‘많이 팔렸다’고 무조건 ‘좋은 차’는 아니다. 그러나 35년 넘게 꾸준히 선택받아온 차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최근 국내 출시된 6세대 GTI의 태생에 대해서 말이 많다. 5세대와 비교해 크게 바뀌지 않은 성능과 디자인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5.5세대로 분류하기도 한다.

◆ 한층 고급스러워진 디자인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곳곳이 달라졌다. 우선 내외관이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강렬한 눈매의 바이제논 헤드램프를 둥그런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로 감싸 역동적이다. 특유의 벌집무늬 라디에이터 그릴은 GTI 상징인 붉은색 띠를 둘렀다. 단칼에 쳐 내린 듯 독특한 디자인의 대형 알루미늄휠도 눈에 띈다. 차고가 22mm 낮아져 스포티한 느낌에 안전성까지 확보했다. 사이드 미러는 사각지대 없이 시원하게 뒤를 보여준다.

버킷시트(옆구리를 감싸주는 시트)는 운전자와 따로 놀지 않고 거친 주행에서도 몸을 완벽하게 잡아준다. 진한 회색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가 세련됐다. 하지만 다이얼 방식의 등받이 조절장치는 조금 아쉽다. 뒷좌석도 좁은 느낌이다. 앞좌석 팔걸이의 윈도우 버튼이 너무 앞쪽에 있어서 여성이나 팔이 짧은 운전자는 불편을 느끼겠다.

◆ 한 치의 주저함 없는 경쾌한 순발력

‘운전자가 마음먹을 대로 움직이는 차’. GTI의 진정한 매력은 주행성능에 있다.

GTI는 2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과 6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최근 출시되는 6세대 골프에 7단 변속기가 들어가는 것을 감안할 때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GTI는 국내에서 늦을 뿐이지 유럽에선 2009년 출시됐기 때문에 6단이다. 최대출력은 211마력으로 이전 모델보다 11마력 높아졌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86g/km로 유로5 기준을 충족한다. 최고속도 238km/h에 제로백(0→100km/h)은 6.9초이다.

이상의 절대수치는 언뜻 평범하게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엔진회전수 1700rpm에서 최대 토크가 나온다. 쉽게 말해서 가속페달을 밟고 나서 최대 가속능력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얘기다. 고성능의 비결이다. 차선을 바꾸거나 추월할 때 단숨에 치고나간다. 대다수 차량들이 3000~4000rpm에서 최대 토크를 낸다.

출퇴근 시간을 피해 서울 도심과 자동차 전용도로를 거칠게 달려봤다. 실제로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스포츠카처럼 튀어나갔다. 한 치의 주저함도 없는 경쾌한 순발력이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 오던 언더스티어도 ‘표준 전자식 가로축 잠금 시스템(XDS)’으로 잡았다. 타이어 접지력을 높여 운전대를 급하게 꺾었을 때 쏠림을 잡아주는 시스템이다. 덕분에 핸들링이 더욱 안정적이고 정확해졌다.
사진제공=폭스바겐
사진제공=폭스바겐

◆ 고속에서 더욱 안정적인 핸들링

GTI의 고속주행 안정성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드라이브 모드에서 엔진회전수와 기어비가 타이트하게 맞물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고속에서 안정적인 핸들링이 인상적이다. 운전 재미를 더 느끼고 싶다면 스포츠 모드로 바꿔야 한다. 코너링과 민감한 가감속이 재미를 더한다.

속도를 높이자 순간적으로 몸이 시트에 파묻히는 느낌이다. 165km/h까지 급가속 했지만 전혀 불안하지 않다. 커브나 급브레이크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도로 여건상 속도를 더 이상 높이지 못해 안타까웠지만 만족할만한 성능이다.

다만 거친 노면을 지날 때 차체가 약간 튄다. 승차감이 전체적으로 단단하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선호하는 운전자라면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엔진에서 들려오는 특유의 ‘고~오오옹~’하는 중저음 소리는 운전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그러나 ‘조용한 차’에 집착하는 운전자는 싫어할 수도 있겠다.

‘해치백 베스트셀러’라는 명성에 걸맞게 트렁크는 뒷좌석을 접었을 때 27인치 MTB자전거 3대가 들어갈 정도로 넉넉하다. 자동주차보조시스템도 유용하다. 가격은 4390만원이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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