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올랐는데 실수령액 왜 더 적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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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3일 03시 00분


■ 번돈의 19% 세금 - 건보료 등 내야… 비소비지출 사상 최대

중견기업에 다니는 권모 씨(42)는 급여명세서를 볼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지난해 임금협상으로 올해 급여가 5% 올랐지만 세금과 국민연금 등을 공제하고 받는 실수령액은 그대로이거나 어떤 달에는 더 적기 때문이다. 이렇게 받은 월급에서 금리 상승으로 불어난 대출 이자를 내고 나면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든다.

올해 1분기(1∼3월) 물가 상승으로 실질 가계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세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이자비용으로 내는 비(非)소비지출까지 크게 늘어나 가계경제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욱 쪼그라들고 있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09%로 지난해 1분기보다 0.46%포인트 높아졌다. 소득 대비 비소비지출 비중이 19%대로 올라선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사상 처음이다. 가구소득이 월 100만 원이라면 5분의 1에 가까운 평균 19만900원을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쓰지 않고 세금과 4대 보험료 등으로 내는 셈이다. 비소비지출은 대부분 월급에서 사전 공제되는 항목이어서, 이 항목이 증가할수록 소비할 수 있는 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선 1분기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근로소득세와 재산세 등 경상조세는 10만5623원으로 지난해 1분기(9만3913원)보다 12.47% 늘어났다. 1분기 경상조세가 10만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세 기준이 되는 명목소득이 증가하면서 세금도 불어난 것. 국민연금 등 연금지출은 9만8273원으로 작년 1분기(9만3029원)보다 5.64% 늘었으며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 지출은 9만5699원으로 8.66% 증가했다. 비소비지출의 주요 항목인 이자비용 지출도 올 1분기에 8만1254원으로 작년 1분기(7만2750원)보다 11.69%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말 잔액기준 은행의 가계대출이 436조6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집계된 가운데 기준금리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덩달아 오르면서 이자 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 1월 건강보험료가 5.9% 인상된 데 이어 취업이 증가하면서 고용보험 가입자가 늘어 사회보험 지출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며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비소비지출 증가는 가계경제에 더욱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비(非)소비지출 ::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들어간 것을 제외한 지출 항목들로 재산세, 소득세, 자동차세 등 세금과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이자비용 등 경직성 비용을 뜻한다. 비소비지출 비중이 높을수록 가처분소득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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