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유성기업’ 1곳 파업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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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3일 03시 00분


고속 질주하던 현대기아차… 글로벌 시장에서 급제동?

지난해 매출 2299억 원, 종업원 수 755명. 파업으로 국내 자동차 생산을 멈출 위기에 빠뜨린 유성기업의 현황이다.

기업 규모는 크지 않지만 유성기업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엔진에 들어가는 ‘피스톤링’의 80%를 만든다. 피스톤링은 작고 가벼운 금속 부품이지만 고온 고압 상황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피스톤에 들어가기 때문에 내구성이 중요하다. 2만5000개 안팎의 부품으로 이뤄진 자동차는 한 가지 부품만 없어도 생산이 중단될 수밖에 없지만 그중에서도 피스톤링은 핵심부품에 속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전체 피스톤링의 약 70%를, 한국GM은 부평공장과 군산공장에서 쓰이는 피스톤링의 약 50%를, 르노삼성자동차는 일부 모델에 쓰이는 캠샤프트의 100%를 유성기업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전체 엔진의 약 20%에 유성기업 부품을 쓰고 있다. 파업은 18일부터 시작됐지만 생산 차질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기아차 소하리공장 ‘카니발’ 생산라인에서 피스톤링의 재고가 바닥나면서 20일 야간근무조부터 생산이 중단됐으며, 현대차는 ‘투싼ix’ ‘싼타페’ ‘베라크루즈’ 등 울산공장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의 특근이 22일부터 전면 중단됐다. 특히 ‘쏘나타’ ‘싼타페’ ‘제네시스’ ‘K5’ ‘스포티지R’ 등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력 모델들에는 유성기업의 부품이 100% 납품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차는 대한이연으로부터 납품받고 있는 ‘모닝’ ‘베르나’ 등 일부 소형차를 제외한 전 차종의 생산이 이르면 24일부터 전면적인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한이연이 현재 추가 납품 여력이 전혀 없는 상황이어서 사태가 정상화되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한국GM의 부평과 군산 엔진공장이 유성기업으로부터 납품받는 피스톤링 재고는 일주일분 정도 남아있다. 르노삼성차는 부산공장의 SM5 2.0 모델에 들어가는 엔진 부품 캠샤프트의 100%를 공급받고 있는데 이달 말까지는 생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체어맨의 피스톤링을 납품받고 있는데 재고가 7월 중순분까지 남아있어 비교적 여유가 있다.

요즘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로서는 생산 대수 한대 한대가 아쉬운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4월 미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9.4%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유럽 시장에서도 5.2%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이러한 생산 차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앞으로의 판매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과거에도 거래 효율화를 위해 주로 한 기업에서 많이 납품을 받았는데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이런 시스템이 더욱 고착화됐다”며 “비용이 더 들더라도 거래처를 다변화해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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