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큐시네트는 타이틀리스트(골프공), 풋조이(골프화) 등 글로벌 골프용품 1위 브랜드를 보유한 업체로 지난해 매출액은 약 13억 달러에 이른다. 미래에셋 사모펀드가 11억 달러, 휠라코리아가 1억 달러를 투자해 12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에 지분 100%를 인수했다. ○ “시간싸움에서 유리한 게임이었다”
토종 사모펀드가 주도해 글로벌 브랜드 1위 업체를 인수한 드라마의 시작은 올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래에셋은 어큐시네트 매각 주관사인 미국 투자은행(IB)으로부터 인수에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유정헌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PEF 부문 대표는 “미래에셋이 휠라코리아에 투자를 하고 있어 2월 휠라코리아에 인수 참여를 제안했고 휠라코리아가 수락했다”고 밝혔다.
인수전은 빠르게 진행됐다. 인수에 뛰어든 기업 중 이달 초 6개사가 추려졌고 곧 3개사로 압축됐다. 아디다스그룹은 이들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아디다스그룹은 미래에셋-휠라코리아(12억 달러)보다 좀 더 많은 금액을 써 낸 것으로 알려져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인수전에서는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 어큐시네트를 보유한 포천브랜즈는 미래에셋과 휠라코리아에 더 높은 가격을 쓰도록 요구했다.
미래에셋은 고민했다. 가격차로 인수전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고심 끝에 12억 달러를 최종가로 결정했다. 포천이 올해 6월까지 매각을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한 점을 주목한 것이다. 유 대표는 “아디다스그룹이 어큐시네트를 인수할 경우 독과점에 해당되는지 미국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하는데 판결을 받기까지 1년이 걸리는 만큼 인수가격이 더 높더라도 포천이 아디다스그룹은 꺼릴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20일 미래에셋과 휠라코리아는 최종 인수 업체로 선정됐고 몇 시간 후에 계약을 체결했다. ○ “이르면 3년 내 한국 증시 상장”
미래에셋의 인수 담당자들은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한 달 동안 하루 20시간씩 일했다. 한국과 밤낮이 정반대인 미국과 시간을 맞춰 일하려면 새벽에도 일해야 했다. 유 대표는 “오전 1시까지 일한 후 집에 들어가 잠깐 눈을 붙이고 나서 오전 5시에 휴대전화로 콘퍼런스콜을 하고 회사로 출근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향후 어큐시네트의 인력과 구조는 최대한 유지할 예정이다. 유 대표는 “어큐시네트는 글로벌 1위 브랜드로, 현재도 잘하고 있는 만큼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등 아시아시장에 대한 공략은 미래에셋과 휠라코리아가 주도할 예정이다.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은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어큐시네트의 기업문화를 최대한 존중하되 아웃소싱이 가능한 부문은 아웃소싱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효율은 높이겠다” 말했다.
미래에셋은 어큐시네트를 이르면 3년 내에, 늦어도 5년 내에 한국과 홍콩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어큐시네트의 인수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어큐시네트를 지금보다 더 강력한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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