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날씨에 관심이 많다. 비가 오면 우산을 준비해야 하고 야외활동부터 빨래까지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부자들도 날씨에 신경을 많이 쓴다. 주말 골프나 해외여행 때문에 날씨를 챙기기도 하지만 자신이 사는 곳이나 갈 곳의 날씨만 보는 게 아니라 전 세계의 날씨를 모두 챙긴다.
바로 농산물 펀드 때문이다. 농산물 펀드는 긴 조정을 거친 뒤 최근 들어 미국 중부지역의 홍수와 남부지역의 토네이도 등 악천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부터 계속되는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는 농산물 가격 급등을 불러왔고 이에 따라 농산물 펀드의 수익률도 코스피 상승률을 웃도는 성과를 내고 있다.
농산물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옥수수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1년 전보다 두 배가 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설탕과 면화도 두 배 가까운 수익을 내고 있다. 투기세력들이 주도한 단기간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올 2분기 들어 조정을 겪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징후가 나타나면서 다시 반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말한 미국의 이상기후에 이어 유럽과 중국의 가뭄 피해까지 겹쳐 세계 곡물 수급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중국의 5대 원면 생산지인 후베이(湖北) 성의 가뭄 피해는 원면 수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경계감을 키우고 있다. 지린(吉林) 성 일대의 가뭄은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상황을 보이며 콩, 옥수수 가격 급등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사료 값까지 폭등해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돼지고기 가격마저 몇 달 새 두 배 이상 치솟는 중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세계적 이상기후는 곡물가격 급등과 이에 따른 식량 무기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부자들은 단순히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높이기보다는 전 세계 날씨에 귀를 기울이며 농산물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농산물을 비롯한 원자재 펀드 등은 일반 주식형펀드보다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섣불리 투자하기에 앞서 가입 시기와 환매 시기를 신중히 저울질해야 한다. 또 국내에서 판매되는 농산물펀드 대부분이 실물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선물시장에 투자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곡물가격이 오른 만큼 수익이 따라가지는 않는다.
최근엔 몇 개 농산물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만든 파생결합증권(DLS)이 인기를 끌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보다 수익률은 좀 더 높으면서 원금 보장이 되는 구조로 선보이고 있어 안정성과 수익률 두 마리 토끼를 쫓는 부자들이 관심을 둔다. 이제 국내 금융시장도 식탁에 올라온 반찬과 밥을 보며 투자의 대상을 떠올리는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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