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기조와 함께 상품 가격의 약세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화학, 자동차, 정유로 대표되는 주도주의 패턴이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대표적인 유동성 장세였던 2004∼2007년의 주도주와 지금 주도주의 코스피 대비 강도를 비교해 보면 상당히 유사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시장을 약 310%포인트 초과 상승한 위치에서 동일하게 조정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2004∼2007년 랠리 당시 주도주 조정 및 반등의 흐름은 달러화 가치의 변화와 유사하게 움직였다. 2007년 7월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주가 하락이 나타났고 이때 달러화 가치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였다. 유동성 증가→상품가격 상승→미국 CPI 상승으로 인한 긴축 및 경기 둔화 우려→달러 가치 상승과 위험자산에서 자금 이탈이 나타났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3월 미국 CPI가 2.7%로 높아져 경기 회복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부담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4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3.2%로 발표되면서 우려가 더 커졌다. 국내총생산(GDP)의 70%가 소비를 통해 창출되는 소위 ‘소비의 국가’인 미국 입장에서는 소비 위축이 우려되는 높은 물가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패턴을 감안할 때 주도주의 본격적인 재상승을 위해서는 위험자산 선호도가 먼저 돌아서야 할 것이다. 그래서 달러화 가치와 미국 CPI를 가장 주목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만약 실물 경기에 대한 기대감 없이 유동성만으로 주가가 다시 상승한다면 주식시장은 버블 형성 후 다시 한 번 불행한 국면을 맞게 될 수 있다. 유동성은 언제나 과도한 버블을 만들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주가가 상승랠리를 펼쳤다가 폭락한 게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주도주가 지난 주도주와 다른 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기업 실적이 전망치를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구조적인 변화’의 핵심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한국 시장 쪽에서 볼 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중간재의 강점이 부각되었다는 점과 선행투자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중간재의 경쟁력이 높아져 매출처 다변화 및 국내 기업의 중간재 수입을 대체할 수 있게 됐다. 또 위기 이후 주요 제조국가 중 가장 빠르게 가동률 회복을 이루어내 남보다 빨리 투자에 나섰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들은 향후 글로벌 경기가 좋아졌을 때 더욱 부각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주도주들이 재차 주목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CPI가 낮아져 실물 경기 회복의 장애 요인이 제거되고 그 결과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질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확인하는 시점에서 본격적인 주도주 랠리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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