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사용자 모임 ‘통화끊김 현상’ 조사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7일 03시 00분


45%가 “매일 통화불능 겪는다”

아이폰4를 쓰는 회사원 A씨는 지난달 틈만 나면 KT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그의 요구는 단순했다. “회사에서 제대로 통화하고 싶다”는 것. 서울에 있는 A씨 회사의 다른 아이폰 사용자들도 불만이 컸다. 전화가 자주 끊겼기 때문이다.

장비기사가 왔다가도 변화가 없자 화가 폭발한 A씨는 해지를 요구했다. 운전 주행 중에 아이폰으로 항의 전화를 80분 동안 하면서 10여 차례나 끊기자 통신사도 백기를 들었다. 위약금 없이 해지해 주기로 한 것이다. 결국 위약금 16만 원을 보상받기로 하고 번호이동에 성공한 A씨는 “소비자가 ‘악바리’처럼 해야 해지해 주니 평범한 사용자는 화가 나도 그냥 참고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회사원 정모 씨(35)는 통신사 트위터에 위약금 없이 해지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다음 날 고객센터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애플로 가서 리퍼폰(중고를 새것처럼 수리한 것)을 달라고 해보라”는 권유였다.

최근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통화품질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통화 끊김(콜 드롭) 현상이 더 잦아진다는 것. 한 고위공무원은 “청와대와 통화하다가 전화가 뚝 끊겨 민망한 적도 있다”고 했다. 통신사들은 데이터를 많이 쓰는 소비자와 기계 결함 탓만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체 조사에 나서며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 “끊김 현상 겪었다” 97%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약 98만 명의 회원을 둔 ‘아이폰 사용자 모임’ 회원들은 이달 초 아이폰의 통화 품질조사를 실시했다. 적어도 통화 품질이 나빠지고 무선 데이터 속도가 느려지는 이유를 통신사로부터 직접 듣고 향후 개선 방침에 대해 답변을 얻기 위해서였다.

4060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네트워크망의 품질에 ‘불만족’이라고 답한 사람은 무려 88%에 이르렀다. ‘만족’한다고 답변한 사람은 3%에 그쳤다. 특히 최근 6개월 동안 통화 불능현상을 경험했다는 사람은 97%였고, 이를 매일 겪는다는 사람은 45%에 달했다. 일주일에 1∼3회 겪는다는 답변도 37%였다. 현재 연속으로 3시간 이상 불통 시 보상해 주는 정책에도 90%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자주 끊기는 지역은 주로 서울 강남 일대와 명동, 구로 디지털단지 등과 부산 해운대 일대 등이 꼽혔다. ‘영업부에서 근무하는데 오전 내내 전화가 조용해서 보니 통화 불능상태였다’는 호소도 올라왔다.

이 모임 회원들은 두세 달에 한 번씩 SK텔레콤 고객담당자들과 만나 통화 불능 지역과 불만 사항을 정리해 전달하고 있다. 올 3월 △서울 신림역 주변 △경인고속도로 터널 △지하철 2호선(건대입구∼강남역) 등에서 전화가 자주 끊긴다고 전했다. SK텔레콤 측은 지상 기지국 추가 및 중계기(기지국 신호 증폭) 재배치 등의 약속을 했다.

모임 운영진 관계자는 “최소한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납득할 만한 답변을 달라는 게 이용자들의 바람”이라며 “불매운동을 할 수도 없고 계속해서 사용자들의 불만 사항을 모아 전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잦은 통화 끊김 왜?


소비자들의 궁금증은 ‘한동안 괜찮다가 왜 이런 현상이 다시 벌어지는가’이다. 통신사들은 아이폰과 한국 네트워크의 궁합 문제, 데이터 사용량 급증을 이유로 대고 있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기지국이 촘촘하고 중계기도 많은데 아이폰이 A신호를 받다 B신호를 받는 구역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게 통신사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면 아이폰뿐만 아니라 일반 3세대(3G) 휴대전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로를 넓히지 않고, 차선 및 교통시스템 정비만 한다고 병목현상이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3G망에 추가 투자하지 않고 와이파이, 와이브로 같은 ‘보완재’에만 관심을 둔 것은 ‘전략적 실패’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안이한 투자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둘러싼 통신사 간 경쟁으로 다수의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26일 KT 합병 2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3세대(3G)망의 품질 저하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소수의 고객이 트래픽(정보전송량) 폭증을 일으키고 있다”며 “3G 주파수를 추가 요청했고, 최근 클라우드커뮤니케이션센터(CCC) 기술을 일부 지역에 도입해 이제 서울 잠실야구장에서도 통화가 잘된다”고 해명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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