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아파트 값이 떨어지면서 ‘하우스 푸어(House Poor)’가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합니다. 하우스 푸어란 누굴 지칭하는 건가요? 왜 요즘 이게 문제가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
하우스 푸어란 ‘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들’이란 뜻의 신조어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동산 가격 거품이 꺼지고 시장이 침체될 무렵부터 언론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워킹 푸어(Working Poor)’에서 파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부나 전문가들이 사용할 때는 좀 더 구체적입니다. 기획재정부는 ‘번듯한 집이 있지만 무리한 대출과 세금 부담으로 실질적 소득이 줄어 빈곤하게 사는 사람들’로 정의합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무리한 대출로 집을 마련했으나 원리금 상환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 빈곤하게 사는 가구’라고 규정했습니다.
사례를 보면 하우스 푸어가 쉽게 이해될 겁니다. 경기 용인시에서 8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기 위해 은행에서 3억 원을 연리 5%로 15년간 대출을 받은 K 씨를 예로 들겠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아파트 값이 6억 원으로 주저앉았습니다. 홧김에 집을 팔고 싶었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팔리지도 않습니다. 매달 갚아야 할 대출원금과 이자는 평균 240만 원이나 됩니다. 그러다 보니 소득이 있어도 허덕이며 살아가게 됩니다.
K 씨와 같은 하우스 푸어는 국내에 몇 명이나 있을까요. 현대경제연구원은 적게는 108만4000가구, 374만4000명이고, 많게는 156만9000가구, 549만1000명가량으로 추정했습니다. 2010년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남한 거주 인구는 5051만 명입니다. 전체 인구의 7.4∼10.9%, 10명 중 1명 정도가 하우스 푸어인 셈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국내 하우스 푸어는 주로 수도권 아파트를 가진 30, 40대 중산층입니다. 이들이 매달 은행에 갚는 대출원금과 이자는 가처분소득의 41.6%에 이릅니다. 소득의 절반가량을 빚을 갚는 데 쓰는 셈입니다. 하우스 푸어 중 38.4%인 35만4000가구는 지난 1년간 부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향후 1년간 부채 증가가 예상되는 가구도 19.3%인 22만5000가구에 이릅니다. 8.4%에 해당하는 9만1000가구는 현재 은행대출을 갚는 게 불가능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우스 푸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부정적입니다. 빚을 갚느라 개인의 가처분소득이 줄고 필요한 소비를 못하면 이는 다시 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해당 하우스 푸어의 수입 감소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부채 때문에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면 경기 변동에 대한 대응력이 약해지고 이로 인해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진다”고 말했습니다.
하우스 푸어의 증가는 중산층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하우스 푸어의 등장은 곧 중산층의 몰락을 의미한다”며 “더는 중산층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이들이 박탈감을 느끼면서 사회에 불만을 품게 되고 정부를 불신하게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걱정스러운 점은 당분간 하우스 푸어의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하우스 푸어가 줄어들려면 소득 안정, 금리 하락, 부동산 거래 활성화 등 3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현 시점에선 이를 갖추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는 물가 불안 때문에 올라갈 수밖에 없고 부동산 시장이 빨리 풀릴 가능성도 없다”며 “현 시점에서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동안은 하우스 푸어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우스 푸어를 줄이기 위한 국내 전문가들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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