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와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의 공통점은 땅값이 비싸다는 점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아침마다 서너 살 된 아기들이 아빠, 엄마의 손을 잡고 건물로 들어선다는 점이다. 여성 인력을 중시하는 ‘회장님의 방침’에 따라 황금 오피스타운에 사내 어린이집이 둥지를 튼 덕분이다.
삼성전자가 있는 C동에 120명 수용 규모의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은 30일 “삼성생명이 있는 A동 3층에 140명 규모의 어린이집을 추가하기 위해 6월 중 착공해 내년 1월 문을 열겠다”고 밝혔다. 한남동 승지원에서 업무를 보다가 지난달 21일 서초사옥으로 처음 출근한 이 회장이 어린이집에 들러 전격적으로 확대 지시를 내리면서 일사천리로 일이 성사된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삼성 직원들은 “회장님 정기출근의 첫 성과물”이라는 농담으로 반색하고 있다. 1992년 대기업 최초로 대졸 여사원 공채를 도입할 정도로 여성 인력을 중시하는 이 회장은 평소 “10년 후를 보고 사내 어린이집 확대를 검토해야 임직원 사기가 올라간다”고 말해왔다.
딸이 두 명 있는 최태원 SK 회장도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만큼 ‘여성이 행복한 일터’를 강조한다. 서린동 본사 외에도 황금상권인 을지로의 SK텔레콤, 명동의 SK네트웍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SK C&C도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위탁기관이 고급이라 교육비가 비싸지만 회사가 절반 이상 부담해준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대표적인 ‘보육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 3월 성수동 이마트에 스타벅스를 포기하고 사내 어린이집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4대그룹 중 현대자동차와 LG는 서울 본사에 사내 어린이집이 없다. LG의 경우 계열사인 LG CNS가 2005년 중구 회현동 본사 2층에 40명 규모의 어린이집을 열어 중구청으로부터 우수 보육시설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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