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부품 전문업체 포메탈은 40여 년 동안 모든 임직원이 합심한 덕분에 연매출 500억 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포메탈 공장에서 단조 작업을 하고 있는 직원의 모습. 안산=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969년 설립된 경기 안산시 단원구 ‘포메탈’(옛 협진단철)은 지난해까지 42년 동안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금속에 힘을 가하면 변형되는 성질을 이용해 다양한 금속 제품을 생산하는 단조(소성가공) 분야에만 매진해온 이 기업은 지난해 557억 원의 매출과 3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9월에는 코스닥에도 상장됐다.
은행원 출신에서 기업가로 변신해 포메탈을 이끌어온 오세원 대표(76)는 지난달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창업 이후 반세기 가까이 겪어온 어려움을 말하자면 끝도 없다”며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단조 분야에만 매달린 결과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직원 10여 명, 공작기계 1대로 시작한 기업을 종합부품기업을 꿈꾸는 수준까지 끌어올린 오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뿌리산업 분야 중소기업에 필요한 4가지’를 밝혔다. ○ ‘쉬운 일만 해선 안 돼’
포메탈은 매주 월요일 오전 전 직원 250여 명이 모여 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 오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은 앞으로의 작업 계획, 지난주 수주 물량, 현재 경영 상황 등을 상세히 설명한다. 20여 년 동안 휴일을 제외하곤 매주 이어진 전통이다. 오 대표는 “직원의 수가 많지 않다 보니 중소기업은 대표가 회계, 영업, 생산관리 등 다양한 역할을 혼자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은 ‘1인 다역’이 문제가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회사의 상황을 대표 혼자 알고 있는 경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회사의 상황을 직원들에게 모두 알림으로써 자연스럽게 주인의식을 심어주고, 이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메탈은 설립 직후부터 수주 물량의 최소 10%가량은 남들이 꺼리는 ‘까다로운 물량’을 일부러 맡았다. 오 대표는 “손쉽게 생산할 수 있는 물량만 맡으면 공장 가동에는 좋겠지만, 기술은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며 “남들이 못 한다고 손사래 치는 주문도 일부러 받았고, 까다로운 주문 내용을 맞추기 위해 직원들이 매달려 기술 개발도 이뤘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포메탈의 기술력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어려운 주문을 해결하고 나면, 당연히 후속 발주는 포메탈의 몫이었기 때문에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됐다.
또 직원들의 힘만으로 기술 수준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1990년대 초부터는 일본 기술자를 1년에 4차례 초빙해 기술 조언을 받았다. 그 결과 이제는 일본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제품까지 포메탈이 생산할 정도가 됐다. 실제로 일본의 한 풍력발전 회사는 2005년부터 자국 부품회사가 아니라 포메탈로부터 터빈용 부품을 독점 공급받고 있다. ○ ‘경영혁신 컨설팅으로 도약’
1992년은 중소기업들에 전례 없이 혹독한 해였다. 불경기와 시장 개방의 파고가 동시에 덮치면서 중소기업 1만여 곳이 도미노처럼 쓰러졌고, 부도율은 전년도의 2배에 육박하는 0.12%까지 올라갔다. 매출 감소로 창업 이후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던 오 대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신문 광고를 통해 알게 된 한국능률협회의 문을 두드렸다. ▼ 창사후 적자낸 적 없어… 원전부품 등 720종 생산 ▼
회사 경영에 어떤 문제가 있고,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더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중소기업이 웬 컨설팅이냐’는 반응이었던 능률협회는 오 대표의 애원에 경영구조분석에 들어갔다. 포메탈은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1993년부터 7년 동안 능률협회의 경영혁신 컨설팅을 받았다. 오 대표는 “컨설팅을 받은 후 회사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재고 및 생산 관리, 연구개발, 작업 시스템 개선 등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회사는
성장을 거듭했다. 아예 경영혁신만을 전담하는 직원도 뒀다.
그는 “정부의 지원이라고 하면 무조건 ‘자금’만을
생각하는데, 돈보다 더 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며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 오히려 경영혁신의 성과를 더 크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은 설립 5년 이상 된 중소기업에 경영 및 기술컨설팅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중기청은 “사업비
5000만 원 한도 내에서 재무·마케팅 전략, 경영체계 등 다양한 부분의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며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경영혁신 컨설팅을 통해 포메탈은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고 현재 720여 종의 제품을 180여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관련 분야도 원자력발전소, 탱크, 미사일 부품,
풍력발전, 자동차 등 다양하다. 당연히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도 낮아, 최대 매출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생산량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또 고객의 요구에 따른 ‘맞춤형 제품’을 생산해 독점 공급하니 자연히 비싼 값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오 대표는 “외국처럼 100년 이상 가는 장수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 하나로 버텨왔다”며 “40여 년 동안 축적한 경험과
기술력에다 2012년 이전할 충남 서산 공장을 토대로 세계적인 종합부품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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