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엠코 합병설 다시 모락모락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일 03시 00분


지난달 30일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의 전격 사퇴로 현대건설 직원 사이에 당혹감이 감도는 가운데 이를 계기로 현대차 그룹이 현대건설을 본격적으로 경영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 인수 당시부터 재계 일각에서 불거져 나온 현대차그룹 계열 건설사 현대엠코와의 합병설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현대건설의 매출 규모는 10조46억 원, 현대엠코 매출은 1조5010억 원으로 두 업체 간 ‘체격’ 차이는 현저하다.

현대차그룹이 새롭게 그룹에 편입된 현대건설의 조직을 완전히 장악하고 난 뒤 현대엠코와의 합병을 단행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정몽구 회장이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비상장사인 현대엠코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채이배 연구원은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측이 보유한 현대엠코 지분이 35%에 이르는 만큼 현대건설과의 합병을 통해 현대엠코 주식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 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엠코와 현대차그룹은 모두 합병설을 일축하고 나섰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처럼 현대건설은 종합 엔지니어링 및 해외 건설에 주력하고 현대엠코는 현대차그룹 공장의 사옥 건설 및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등 각각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가 및 건설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는 ‘한 지붕 내 두 건설사’ 대신 단일체제로의 수순을 밟게 되리라는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4월 현대엠코가 최대주주인 정의선 부회장에게 125억 원을 배당한 것과 관련해 부정적인 여론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 과정으로 비칠 합병을 당장 무리하게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건설을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기로 한 만큼 결국 단일 조직으로 통합, 발전시키는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 안팎의 관측”이라고 말했다.

김중겸 사장의 퇴임으로 현대차그룹 인사들이 현대건설에 전격 유입될 것이라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4월 6일 단행된 현대건설 조직 개편과 임원 보직인사를 통해 재경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구매본부장 등 핵심 임원 3명을 이른바 ‘MK(정몽구 회장) 가신’으로 분류되는 현대차그룹 출신으로 교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당시 인사에서 이미 ‘김중겸 라인’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라 당장은 아니고, 올해 말 정기 인사 때 추가인사가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파격적인 현대차그룹 인사 스타일상 조만간 현대건설과 현대차그룹 안팎에서 대규모 인사가 단행되면서 ‘MK 가신’들이 추가로 영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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