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 17위의 대형 건설사인 경남기업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개시 2년 만에 경영 정상화에 성공하면서 건설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제2의 ‘경남기업’은 누가 될 것인가도 관심사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한솔건설 등 그룹 계열 건설사까지도 법정관리 신청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 부채비율 285.4%서 251.3%로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09년 1월 이후 실시된 ‘건설업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회사는 국내 100대 건설사(시공능력 평가기준) 가운데 모두 29곳. 경남기업은 이 가운데 신일건업(시공능력 92위)에 이어 두 번째로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하게 됐다. 신일건업은 워크아웃 돌입과 동시에 사주의 사재 출연으로 졸업한 것이어서 경남기업은 제대로 된 워크아웃을 거쳐 조기 졸업하는 사실상 1호 업체다.
경남기업은 이런 성과를 내기 위해 2년 동안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뎌내야 했다. 2009년 5월 채권단과 3년간의 경영 정상화 계획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인원을 17% 감축했고, 급여도 10% 삭감했다. 알토란 같은 자산도 팔아야 했다. 2009년 10월부터 김포한강신도시 사업권(1574억 원)을 시작으로 마다가스카르 니켈광산 지분(643억 원), 광주수완에너지 지분(1198억 원) 등을 매각한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경남기업은 워크아웃 당시 285.4%였던 부채비율을 251.3%로 줄였고, 차입금은 6721억 원에서 4483억 원으로 낮췄다.
국내외에서 대형공사를 여럿 따낸 것도 워크아웃 졸업을 앞당기는 요인이 됐다. 경남기업은 지난해 10월 컨소시엄 형태로 1조1500억 원 규모 서울 동북선 경전철 사업을 따냈고, 올해 4월에는 1200억 원 규모의 알제리 정제공장 공사를 수주했다. 최근에는 2500억 원 규모의 베트남 주상복합 공사 낙찰통지서(LOA)를 받았다.
김호영 경남기업 사장은 “워크아웃을 벗어났어도 지속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 내실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 제2의 경남기업은 누구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는 건설사 가운데 조기 졸업이 유력한 곳은 우림건설 정도다. 나머지 대부분의 업체는 워크아웃에서 벗어나기보다는 당분간은 체질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다.
시공능력평가 54위인 우림건설은 내년 3월로 돼 있는 워크아웃 졸업 시기를 연내로 앞당기는 방안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사업지 및 자산 매각, 사업 구조조정, 인력 감축 등을 꾸준히 진행하는 한편 부산, 경기 안산 등지에서 재건축 수주를 활발히 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대한주택보증이 실시한 정기 기업신용평가에서 2009년 워크아웃 당시 ‘B+’까지 떨어졌던 등급이 ‘BBB+’로 올라섰다.
이상엽 우림건설 홍보부장은 “직원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등 자구 노력을 펼친 결과 경상비 비율이 과거 8%에서 현재 4%대로 내려갔다”며 “이러한 노력이 내부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한편 나머지 업체들은 워크아웃을 통해 채권단의 금융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굳이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건설업의 대외 환경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