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기간 2년 4개월로 1980년대 이후 최장수 경제사령탑의 기록을 세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1일 과천을 떠나면서 남긴 마지막 말은 “무상(無償)이라는 주술(呪術)에 맞서라”였다. 윤 장관은 이날 오후 이임식에서 “최근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무상이라는 주술에 맞서다가 재정부가 사방에서 고립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 고립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는 재정의 마지막 방패가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재정위기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선진국을 보면서 얼마나 빨리 선진국이 되는가보다 어떤 선진국이 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재정건전성에 바탕을 둔 경제성장을 강조했다. 또 “경제가 추구하는 최대 가치는 효율이지만 거기엔 냉엄함과 쌀쌀함이 있다”며 “하지만 정치와 사회에서는 형평, 평등, 자유와 같은 가치가 중요해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항상 경제의 가치와 충돌이 생길 수 있다”고도 했다. 서비스업 선진화 정책의 지체를 재임 중 가장 아쉬웠던 분야로 꼽은 윤 장관은 후임 박재완 장관 후보자에 대해 “합리적이고 원만하게 풀어갈 최적임자다.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어 다행”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침과대단(枕戈待旦·창을 베고 누운 채로 아침을 맞는다)’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항상 갑옷을 입고 전장에 사는 느낌”이라고 말했던 윤 장관은 “2년 4개월 동안 한시도 벗을 수 없었던 마음의 갑옷을 이제 벗으려고 한다”며 이임사를 마쳤다. 그는 기자들에게 “퇴임 후 정계 진출이나 관직 복귀, 로펌 진출은 하지 않겠다”면서 “자연을 벗하며 사는 게 가장 행복한 여생 아니냐”고 했다. 이어 경기 양평에 가꿔온 텃밭에서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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