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떠나는 윤증현 “무상의 주술에 맞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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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일 03시 00분


재정부 후배들에게 ‘재정의 마지막 방패’ 당부

재임기간 2년 4개월로 1980년대 이후 최장수 경제사령탑의 기록을 세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1일 과천을 떠나면서 남긴 마지막 말은 “무상(無償)이라는 주술(呪術)에 맞서라”였다. 윤 장관은 이날 오후 이임식에서 “최근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무상이라는 주술에 맞서다가 재정부가 사방에서 고립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 고립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는 재정의 마지막 방패가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재정위기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선진국을 보면서 얼마나 빨리 선진국이 되는가보다 어떤 선진국이 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재정건전성에 바탕을 둔 경제성장을 강조했다. 또 “경제가 추구하는 최대 가치는 효율이지만 거기엔 냉엄함과 쌀쌀함이 있다”며 “하지만 정치와 사회에서는 형평, 평등, 자유와 같은 가치가 중요해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항상 경제의 가치와 충돌이 생길 수 있다”고도 했다. 서비스업 선진화 정책의 지체를 재임 중 가장 아쉬웠던 분야로 꼽은 윤 장관은 후임 박재완 장관 후보자에 대해 “합리적이고 원만하게 풀어갈 최적임자다.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어 다행”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침과대단(枕戈待旦·창을 베고 누운 채로 아침을 맞는다)’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항상 갑옷을 입고 전장에 사는 느낌”이라고 말했던 윤 장관은 “2년 4개월 동안 한시도 벗을 수 없었던 마음의 갑옷을 이제 벗으려고 한다”며 이임사를 마쳤다. 그는 기자들에게 “퇴임 후 정계 진출이나 관직 복귀, 로펌 진출은 하지 않겠다”면서 “자연을 벗하며 사는 게 가장 행복한 여생 아니냐”고 했다. 이어 경기 양평에 가꿔온 텃밭에서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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