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되지, 원격출력 되지… 프린터가 똑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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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8일 03시 00분


《 김석연 씨(30)는 이번 여름휴가 때 제주도에 가기로 했다. 어릴 때 가족과 딱 한 번 제주도에 가봤던 김 씨는 첫날 성산 일출봉을 관광하기로 하고 미리 검색했다. 하지만 김 씨는 검색을 위해 컴퓨터가 아닌 프린터를 켰다. 프린터의 터치스크린에 떠있는 ‘네이버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눌러 현지 교통편 및 도로상황을 검색했다. 잘 안 보이는 부분은 손가락을 튕겨 확대하기도 하고 줄이기도 했다. 김 씨는 공항에서 성산 일출봉까지의 최단 거리를 택해 그 자리에서 출력했다. 》
○ 스마트에 사각지대는 없다

HP ‘포토스마트 envy D410a e-복합기’
HP ‘포토스마트 envy D410a e-복합기’
‘스마트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프린터 시장에도 스마트 바람이 불고 있다. 프린터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전유물인 줄로만 알았던 앱도 사용할 수 있고 출력할 파일을 다른 디바이스로 보낼 수도 있다. 또 스마트 프린터가 있다면 지구 반대편에서 출장 중인 직원이 문서를 보내면 실시간으로 출력할 수도 있다.

그동안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각 제조사들이 앞다퉈 경쟁적으로 새 제품을 만들었지만 프린터는 그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었다. 가지고 다니는 제품이 아니라 한곳에 놔두고 쓰기 때문에 앱이며 무선인터넷 등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자가 1000만 명을 넘어 올해 말에는 20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컴퓨터 주변기기인 프린터도 덩달아 스마트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휴대전화의 주목적이 통화에서 인터넷 검색으로 이동해 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검색한 자료나 화면을 실시간으로 출력하고자 하는 욕구가 늘었다는 것이다.

스마트 프린터의 등장은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스마트워크와도 관련돼 있다. 최근 대기업들을 위주로 재택근무, 원격근무, 스마트워크센터 등 새로운 업무 방식을 발표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초등학교 이하 자녀를 둔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택·원격근무제’ 지원자를 모집해 이달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KT는 4월부터 스마트워크를 시작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 서울 서초구, 경기 고양시 등 7곳에 설치된 ‘스마트워킹센터’나 자택 등을 자유롭게 선택해 일하도록 했다. 회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회사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실시간으로 문서나 사진을 전송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때 스마트 프린터가 제격인 것이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최근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는 스마트 디바이스와 연동된 프린터의 전체 프린터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11월 3.7%에서 현재 9.1%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4월에 비해 5월 0.1%포인트 하락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 6개월여 동안 한 번도 시장점유율이 떨어지지 않고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손가락 정맥 확인 프린터도 등장


삼성전자 ‘CPL-325W’
삼성전자 ‘CPL-325W’
현재 스마트 프린터의 주류는 근거리에서 무선공유기를 통해 자료를 주고받는 무선 프린터다. 삼성전자의 제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삼성 스마트 프린터는 무선 연결을 통해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과의 연계성이 탁월하다. 랜선이나 프린터 포트와의 연결 없이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출력이 가능하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원거리에서 무선공유기를 거치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출력할 수 있는 프린터도 있다. HP의 ‘e프린터’는 프린터에 고유의 e메일 주소를 부여하고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해당 e메일로 문서를 보내면 프린터가 어디에 있든 인쇄가 가능하다. 또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개념과 같은 ‘프린트 앱스’ 기능을 제공한다. 앱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해 콘텐츠를 출력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도리코는 기업용 프린터 시장을 겨냥해 보안에 한층 더 신경 쓴 프린터를 내놨다. 신도리코의 ‘U프린트 솔루션’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출력할 때 해당 데이터가 중앙서버에 저장되고 손가락 정맥 인식 등으로 신분을 확인한다. 연결된 모든 복합기에서 출력이 가능하다. 신도리코 관계자는 “여러 디바이스가 한 프린터에 엮이다 보면 본인의 콘텐츠가 원치 않는 다른 사람에게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데이터를 가져가는 사람이 누구인지 신원을 확인하기 때문에 보안 문제에서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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