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시장의 판매량을 유일하게 집계해온 시장조사기관 Gfk코리아(본사는 독일)의 신뢰도에 금이 가면서 국내 가전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신뢰할 만한 공식기관의 자료가 없어 제조사들이 제각각 ‘1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발단은 국내 최대 가전 양판점인 하이마트(국내 가전시장의 25% 정도를 차지)가 올 초부터 Gfk코리아에 자료를 제공하지 않으면서부터다. 양동철 하이마트 차장은 “하이마트는 전국 300여 개의 매장과 지사를 통해 충분히 시장상황이 집계되기 때문에 Gfk코리아 자료의 활용도가 떨어져 6년여간 계속돼 온 계약을 올해 1월에 끝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4월 Gfk코리아에 자사(自社)의 판매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중단했다. 삼성전자도 “하이마트와 LG전자가 판매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조사자료는 무의미하다”며 다음 달부터 자료 제공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3차원(3D) TV에서 두 회사가 서로 1등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조용우 삼성전자 부장은 “올해 3월까지는 Gfk코리아 조사를 참고하고 4월부터는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백화점과 홈쇼핑 등을 대상으로 시장상황을 집계하는데, 현재 삼성전자가 LG전자를 6 대 4로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공식 조사기관이 아닌 삼성전자 자체 조사의 결과다.
LG전자의 주장은 완전히 다르다. 최근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벌이는 LG전자 측은 “양판점과 직영점에서 LG전자가 삼성전자에 많게는 8 대 2, 적게는 6.5 대 3.5의 비율로 크게 앞선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온라인 가격비교 사이트인 ‘다나와닷컴’에서 LG전자 3D TV의 판매량이 3월 이후 급격히 늘어나 온라인에선 7.5 대 2.5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크게 벌린 점도 강조하고 있다. 오세천 LG전자 부장은 “온라인 판매가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오프라인 판매 비중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Gfk코리아 측은 “시장조사기관이 객관적 조사를 하려면 제조사와 유통사의 협조가 필수”라며 “하이마트와 다시 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올해 3월 이후 본격적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3D TV를 선보이고 있다. 두 회사는 “올해 3분기(7∼9월) 이후 ‘디스플레이서치’ 등 해외 시장조사기관을 통해 성패가 드러날 것”이라며 “그때 승부를 판가름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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