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車부품사 ‘글로벌 명품’ 향해 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9일 03시 00분


현대모비스, 깐깐한 日에 2560억원 수출… R&D투자는 보쉬의 4분의1

8일 현대모비스는 일본 미쓰비시자동차 및 스바루자동차와 총 2억3300만 달러(약 2560억 원)어치의 부품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미쓰비시에는 2억 달러 상당의 헤드램프를, 스바루에는 3300만 달러 상당의 리어램프를 공급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가 일본 자동차회사와 거래 물꼬를 튼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측은 “까다롭고 보수적인 일본 회사도 우리의 기술 수준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유럽 명차 BMW에 국내 업계 최초로 리어램프를 공급했고 미국 GM에도 제동장치 부품을 수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하지만 아직 글로벌 자동차산업에서 기술을 선도하거나 핵심 부품의 선제적인 개발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 선진 업체들 국내 부품에 부쩍 관심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매출은 2009년 51조8619억 원에서 2010년 66조4703억 원으로 28.2% 증가했다. 산업연구원은 일본을 100으로 본다면 한국의 자동차 부품산업의 경쟁력은 95까지 따라갔다고 평가했다.

한국 부품의 수준이 질적으로 향상되면서 최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기업들이 한국 부품 업체에 기울이는 관심도 커졌다. 자동차용 스프링과 스태빌라이저바(차의 수평을 잡아주는 도구)를 만드는 대원강업 관계자는 “창립 60년 만인 2006년에 미국 GM에 납품을 시작했고 최근에 BMW와 벤츠 담당자가 다녀가는 등 제품을 보고 싶다는 선진 업체들이 부쩍 많아졌다”며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는 단계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부품업계는 동일본 대지진 후 선진 기업들이 핵심부품 공급 기지를 일본에서 한국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고 낙관한다.

○ 연구개발(R&D) 투자는 한참 뒤져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보쉬나 덴소 등에 비해 한국 부품업체들이 R&D 투자 규모가 작다는 점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수출이 증가했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이 해외 공장을 지을 때 함께 나간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순수한 자체 기술경쟁 역량이 그만큼 성장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R&D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1위 부품사인 현대모비스의 매출 대비 투자액도 선진 업체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3조6957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R&D에는 2771억 원만 투자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2%에 불과했다. 매년 매출의 8% 이상을 투자하는 보쉬의 4분의 1 수준이다. 금액으로는 무려 21배 차이가 난다. 보쉬의 지난해 R&D 비용은 6조441억 원이다.

자동차부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부품회사가 독일과 일본 자동차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내외장 부품이 대부분이고 첨단 기술이 들어가는 제품은 아직 없다”며 “후발주자여서 쉽지는 않겠지만 세계 자동차회사들이 군침을 흘리는 기술 선도 제품을 먼저 내놓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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