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가 수납함으로… DIY의 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9일 03시 00분


내 아이만을 위한 인형-먹을거리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가 역설한 ‘마켓 3.0’이 화두다. 상품의 기능을 중시한 시장인 ‘마켓 1.0’과 상품의 감성적 성격을 중시한 ‘마켓 2.0’을 넘어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을 이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것이 ‘마켓 3.0’의 핵심이다.

DIY(Do It Yorself·손수 하기)도 ‘마켓 3.0’이 적용되는 예이다. 기존의 제품을 활용해 새로운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다양한 DIY가 시도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창조적 소비자 ‘크리슈머(Creative+Consumer)’가 돼 기존의 아이템을 좀 더 새롭게 발전시켜 소비 유행을 만들어간다. 자신만의 특별한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부각시킬 수 있다.

○ 나무도마로 수납함을

균일가 생활용품 숍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생활용품 중에서는 기성 제품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도와주는 제품이 많다. 현재 판매 중인 DIY 상품은 모두 1000여 가지이며 전국 650여 개 점포에서 월 300만 점이 판매된다고 다이소는 밝혔다.

대표 상품인 ‘다이소 우든 박스’는 크기별로 재단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오동나무 도마’를 뚜껑으로 해 경첩으로 고정시키면 자신만의 독특한 수납함을 만들 수 있다. 목재용품뿐 아니라 경첩, 전지콘센트, 브러시, 롤러 등 각종 공구 및 페인트도 판매하고 있다.

다이소는 공식블로그 다이소걸(www.daisolife.com)을 통해 다이소 제품을 사용해 만든 DIY 제품과 제작과정을 소개하고 있으며 소비자들도 자신만의 독특한 가치를 담은 DIY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이마트는 2008년부터 성수점과 월계점에서 ‘목공방’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대로 디자인부터 소재, 길이 등을 조절해서 맞춤가구를 만들어주며 DIY를 위해 반제품으로 구입해가는 고객도 많다. 최근 젊은층 고객들이 DIY를 많이 찾으면서 올 들어 5월 말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성장했다고 이마트는 밝혔다

○ 상다리, 아이스크림 믹스 등 다양화되는 DIY

인터넷쇼핑몰에서도 더욱 다양한 DIY 제품이 선보이고 있다. 11번가(www.11st.co.kr)는 ‘DIY의 모든 것, 상다리 총집합’전을 진행하고 있다. 책상다리, 접이식 가구다리, 테이블 다리 등 다양한 상다리가 준비돼 있다. 다리가 고장 나거나 새 상으로 바꾸기에는 비용이 아까울 때 다리만 바꿔 달 수 있는 상품이다.

옥션(www.auction.co.kr)에서는 ‘DIY 아기용품 및 재료’ 코너에서 ‘아기를 위한 DIY인형 만들기’, ‘유기농 출산 준비물 만들기 7종’ 등을 판매한다.

DIY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형태의 홈메이드 믹스 제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기존의 부침가루, 튀김가루, 제빵 재료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별도의 추가 재료 없이 간단히 조리해 바로 먹을 수 있는 호떡믹스, 쿠키믹스, 머핑믹스, 케이크믹스 등 제품의 인기가 높다. 롯데마트는 홈메이드 믹스 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했으며 올해도 새 여름 상품이 나오면서 매출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생과일을 동결 건조해 만든 과육과 우유를 섞어 셰이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홈메이드 믹스 제품도 나왔으며 이달 말부터는 가루와 우유를 이용해 아이스크림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아이스크림용 믹스’도 판매할 예정이다.

○ DIY 강좌도 인기

DIY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관련 강좌도 늘고 있다. 홈플러스 평생교육 스쿨 이영주 주임은 “최근에는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니라 생활용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특히 임산부들이 유기농 소재로 만드는 손싸개 발싸개 배냇저고리를 만드는 강좌가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작은 상자, 선반 등의 소품을 비롯해 책상 서랍장 침대 장롱까지 만들고 싶은 가구를 디자인하는 ‘가구 DIY’, 스티로폼을 가공 채색해 모빌 액자 등을 만드는 ‘입체폼 아트’, 허브 황토 알로에 녹차 등 천연재료로 화장품 및 비누를 만드는 ‘천연비누&화장품’ 강좌도 인기다. 수강료는 3개월에 6만∼8만 원 선이며 재료비는 별도이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 마켓 3.0 ::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가 제시한 개념. ‘마켓 1.0’은 낮은 가격에 쓸모 있는 제품을 만들어 파는 제품 중심의 시장, ‘마켓 2.0’은 소비자가 좋아하고 원할 만한 물건을 파는 소비자 지향 시장이라면 ‘마켓 3.0’은 기업의 이익 실현과 고객 만족을 넘어 기업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하고 소비자들도 발달한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장이다.
제공:다이소
제공:다이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