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였다. 2008년 12월 이후 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는 150%, 금은 77%, 옥수수는 101% 올랐다. 그러다 올 4월부터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시점에서 가격 상승기에 투자기회를 놓쳤던 투자자는 ‘지금이 투자 기회일까’라고 생각하는 반면 투자에 나섰던 사람들은 ‘지금 빠져 나와야 할까’ 고민한다.
원자재는 크게 오일 및 가스로 대변되는 에너지, 산업재 금속 및 귀금속으로 분류되는 금속, 곡류와 기호식품을 포함하는 농산물로 나뉜다. 이 세 가지 원자재는 경제흐름에 따라 같은 방향으로 가격이 움직이기도 하지만 개별적으로 가격이 결정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시장에 유동자금이 많아져 투자·투기수요까지 가세하면 원자재 가격은 전반적으로 오른다. 최근 3년간 원자재 가격 상승 원인으로 이 유동성이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기대가 있을 때 금속 가격은 상승하는 반면 농산물 가격은 반드시 오르지만은 않는다. 농산물은 기대인플레이션보다 날씨와 농산물 작황, 인구통계 요인에 더 영향을 받는다.
원자재 가격이 2분기 들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세계경제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마무리되면 유동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원자재 선물거래에 필요한 증거금을 올린 것도 투기수요를 위축시켜 가격 급락을 촉발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 큰 흐름에서 세계경제는 여전히 회복 국면에 있다. 미국은 2차 양적완화 정책을 마무리해도 급격히 유동성을 줄일 계획은 없어 보인다. 유럽 재정위기나 중국 긴축이슈도 이미 시장에 노출돼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따라서 최근의 원자재 가격 급락세는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불안요인은 분명히 존재한다. 주식보다 너무 많이 올랐고 대체에너지와 대체광물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 수요가 하락할 시점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지금 원자재 투자를 고민한다면 원자재 관련 주식 투자에 해답이 있다. 원자재 관련 주식은 오일·가스 생산업체, 광산개발업체, 금속가공업체, 농산물 생산업체처럼 원자재 관련 비즈니스가 주요사업인 회사의 주식을 말한다. 과거 10년간 원자재 관련 주식의 성과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보다 연평균 10% 이상 높았다. 앞으로도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여지는 많지만 가격 조정이 온다하더라도 원자재 관련 주식에 투자하면 일반 제조업의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주가 하방 경직성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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