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취임한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9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서울 관악구 봉천동과 신림동의 저소득층 밀집주거지역과 부동산 중개업소 등을 찾아다녔다. 대형 국책사업 현장을 먼저 둘러보는 국토부 신임 수장(首長)으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행보였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난에 대한 정부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동아일보가 부동산114와 공동으로 실시한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정부의 우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전세난 재연 가능성이 높고, 전셋값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
이들은 “부동산 활성화를 통해 전세 수요를 매매로 바꿈으로써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보고 △금리 완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거래 관련 세제 혜택 등을 제안했다.
보금자리주택을 포함한 정부 대책이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정부는 현 정책을 대부분 고수할 방침이다.
○ “팔려고도 사려고도 안해”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전세난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 공급 부족(51.7%), 주택시장의 구조 변화(23.3%) 등 구조적인 측면에서 전세난의 원인을 찾았다. 특히 부동산학과 교수진은 응답자의 90%가 “전세난은 일시적, 국지적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고 평가했다. 또 부동산 관련 연구원과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들도 응답자의 80%가 이런 지적에 동의했다.
응답자들은 전세난이 지속적으로 반복될 개연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꺼지면서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팔려고 하지 않고, 집이 없는 사람은 사지 않으려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봄철, 학군 수요 등 특정 시기, 장소에 따른 전세난이 아니라 수요-공급의 불균형으로 전세난이 지속되고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 부동산 대책 전반적으로 미흡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만 모두 4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런 대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대책의 구성과 내용이 적절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매우 그렇지 않다’(5.2%)거나 ‘그렇지 않다’(48.3%)”고 부정적으로 답한 것이다. 반면 “그렇다”는 긍정적인 답변은 3.4%에 그쳤다. 시기적으로 적절했는지를 묻는 항목에서도 긍정적인 응답은 13.8%였지만 부정적인 응답은 51.7%에 이르렀다. 후속조치가 빠르게 진행됐는지를 묻는 항목에는 67.2%가 “미흡하다”고 했고, 부동산 정책의 시장 활성화 효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응답이 77.6%나 됐다.
정부가 핵심사업으로 추진해온 보금자리주택 사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41.7%)보다 부정적인 평가(45.0%)가 약간 많았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을 찔끔찔끔 내놓은 것이 문제”라고 했다. 시장의 반발을 우려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고, 내용이 많다 보니 오히려 시장에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업계대로, 학계는 학계대로 정부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제대로 된 홍보가 부족한 것도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보금자리도 분양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임대와 관련된 부분도 있는데, 그에 대해서 홍보가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 부동산 저점 통과로 투자심리 회복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부동산 경기 전망을 묻는 질문에 “높은 성장세는 아니지만 다소 회복할 것”(43.3%)이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변동 없이 보합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답변은 36.7%였고 △완만한 하락세(18.3%) △높은 상승세(1.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다소 회복’이란 의견을 낸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 저점 통과 인식에 따른 투자심리 회복 △전세금의 지속적 상승 △2008년 이후 공급물량 감소, 가격의 완만한 조정 과정이 계속되면서 회복세로 전환될 국면에 도달 △내년 총선과 대선 영향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에 반해 ‘보합’ 또는 ‘완만한 하락’ 의견의 이유로는 △금리 인상, 물가 상승 등으로 가계 부채 부담 증폭 △수도권 미분양 증가 및 보금자리주택 공급, 부동산 정책 규제 추가 완화 등의 변동성 △위례신도시 공급 기대감에 따른 주택거래 위축 등이 거론됐다.
한편 내 집 마련 시기와 관련해 응답자의 58.3%는 ‘올해 하반기가 좋다’고 내다봤고, 이어 ‘2012년 상반기’(16.7%)가 뒤를 이었다. ‘알 수 없다’는 답변도 11.7%나 됐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주택 구입에 따른 투자 효과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시장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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