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7일 연속 하락했다. 5월 이후 시작된 조정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비관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항상 그랬듯 주가가 오르면 낙관론자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지만 반대로 지금처럼 주가가 하락하면 온통 비관론자만 있는 듯하다.
궁금한 것은 이번 조정이 추세 하락의 출발인가이다. 상승 사이클이 일단락되고 대세 하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지금이라도 주식비중을 최소화해야 한다. 물론 20% 이상 떨어진 대형주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손절매는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추세적 하락 사이클이 시작되면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조정을 어떻게 보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한 가지 아이디어는 과거 추세 변곡점이었던 2000년 초반과 2007년 후반의 상황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당시의 시장 주변 환경을 살펴보면 크게 네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국내 개인자금이 시장에 대거 유입됐다. 1999년 바이코리아 펀드가, 2007년엔 적립식펀드가 대세몰이를 했다. 지금은 자문형 랩이 인기를 끌지만 개인자금의 본격적인 유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둘째, 글로벌 긴축이 격렬하게 진행됐다. 이로 인해 긴축의 부정적 효과가 경기의 긍정적 효과를 압도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당시 선진국, 신흥국 가릴 것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또 장기간에 걸쳐 긴축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글로벌 긴축은 한마디로 반쪽 긴축이다. 중국만 긴축다운 긴축을 펼치고 있다. 선진국은 통화확장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한국은행의 표현처럼 금리 정상화에 가깝다.
셋째, 주가가 장기 과열돼 버블을 만들었다. 뒤늦게 시장에 들어온 개인투자자가 막바지 과열을 초래했다. 1989년 이후 나타난 네 차례의 상승 사이클 정점에서 주가는 20개월 이동평균가격보다 평균 143% 수준에 있었다. 반면 지금은 114%에 그친다.
넷째, 주도주 중심의 차별화 장세가 심했다. 주가가 상승할수록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종목이 뒤처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상승 사이클 후반으로 갈수록 소수종목이 시장을 견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99년은 통신과 정보기술(IT) 업종, 2007년은 철강과 조선업종이 시장을 이끌었다. 지금은 자동차와 화학업종이 주도하고 있다.
이 네 가지 환경을 비교한 결과 지금의 조정을 추세 변곡점으로 확대해석할 이유가 없다. 유일한 공통점은 주도주의 장기 상승에 따른 과열 부담뿐이다. 그러나 이 또한 실적과 가격매력으로 볼 때 분명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굴곡과 기복이 있겠지만 하반기 주식시장을 여전히 낙관적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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