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모 씨(82)는 3년 전 자녀에게 아파트(증여가액 6억 원)를 증여했다. 그리고 서 씨가 운영하는 회사의 주식을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아진 시점을 활용해 1억 원만 추가 증여하려고 한다. 그런데 자녀에게 증여하자니 30%의 증여세율 적용으로 세금을 2700만 원이나 내야 해 고민이다. 》
이런 경우에는 자녀에게 증여하지 않고 손자에게 증여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세법에선 손자에게 증여하면 한 세대를 건너뛰어 증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래 내야 할 세금의 30%를 할증해서 내도록 하고 있다. 즉, 손자에게 증여하면 자녀에게 증여했을 때보다 1.3배 많은 증여세를 내는 셈이다. 하지만 서 씨처럼 이미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이 많은 상태에서 추가로 증여할 때는 10년 이내 증여재산은 모두 합산해 높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아직 증여한 적이 없는 손자에게 증여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서 씨는 이미 3년 전에 자녀에게 6억 원짜리 아파트를 증여했으므로 1억 원을 추가로 증여하면 30%의 세율이 적용돼 2700만 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하지만 성인인 손자가 증여 받으면 증여공제 3000만 원(미성년자 1500만 원)도 받고 세율도 10%의 1.3배인 13%가 돼 819만 원의 세금만 내면 된다.
또 서 씨처럼 고령이라 상속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거나 상속자산이 많다면 손자에 대한 증여는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현행 상속세율은 상속세 과세표준이 10억 원을 초과하면 40%, 30억 원을 넘으면 50%를 적용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미리 자녀들에게 증여하더라도 증여 후 10년 안에 사망하면 다시 상속재산에 전액 합산되어 높은 상속세율을 피해가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손자에게 증여하면 5년만 지나도 상속세를 계산할 때 전액 제외되므로 높은 상속세율을 피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6년 뒤에 상속이 개시되고 상속세율은 50%가 적용된다고 가정해 보자. 주식 1억 원을 자녀에게 증여했다면 증여할 때 증여세 2700만 원은 물론이고 나중에 상속재산에도 합산된다. 상속재산에 합산되면 결국 50%의 세율로 정산해 추가로 1800만 원가량을 더 내야 한다. 하지만 손자에게 증여했다면 5년이 지났기 때문에 추가로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손자에게 증여하는 방법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므로 미리 절세효과를 철저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 재산이 많지 않아 상속세 대상이 아니거나 상속세율이 높게 적용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불이익이다. 상속세 대상이 아닌 할아버지가 미성년자인 손자에게 1억 원을 증여하면 증여세로 819만 원을 내야 하지만 이를 자녀에게 상속세 없이 상속으로 물려주고 자녀가 이를 다시 손자에게 증여하면 630만 원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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