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매출액이 연평균 10% 이상 늘고 영업이익이 15% 이상 꾸준히 증가한 기업을 미리 알고 투자했더라면 결과가 어땠을까. 최근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은 41개(금융업 제외)였고 만약 2006년 1월에 이 기업들에 1000만 원을 똑같이 투자해 보유했다면 지금 계좌는 약 4000만 원으로 불어 있을 것이다. 반면에 분석 대상 300개 기업 중 위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259개 종목에 역시 똑같은 비중으로 투자했더라면 지금 평가액은 1260만 원에 불과할 것이다.
기업의 성장성 차이와 그에 따른 주가 차별화는 비단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주가차별화가 지속되고 그 양태도 더 빨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우리는 기업들이 처한 경영환경에서 찾는다. 급격한 기술변화나 신흥시장의 역할 증대도 주가 차별화를 돕는 요소다. 하기야 기업의 어떤 전략적 의사결정은 예전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그 성패가 갈리고 있다. 지금의 초우량 기업이 몇 년 후 지금의 지위를 계속 유지한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으며 반대로 지금의 2류 기업이 초우량 기업으로 등극하는 일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 같은 혼돈 시대에 우리는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에 장기투자하라’는 너무나 한가하지만 정답인 ‘교과서적 교훈’을 다시 한 번 곱씹게 된다.
지금 시장을 둘러싼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 우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유동성 위축 그리고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험 등은 모두 우리의 투자 시계(視界)를 흐리게 만든다. 아무리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메가톤급 충격이 있더라도 믿을 건 결국 기업 그 자체라는 사실을 다잡자는 얘기다. 아무리 충격적인 쇼크가 세상을 집어삼켜도 훌륭한 기업은 결국 그것을 기회로 만들어 성장한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지난 30년간 10차례의 작지 않은 쇼크가 세계 금융시장을 급습했지만 우수한 기업들은 그 파고를 넘어 수십 배의 성장과 주가상승으로 투자자에게 보답했다.
결국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가 치열하게 풀어야 할 것은 시장 전체의 높고 낮음에 관한 문제라기보다는 어느 기업이 계속 성장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만약 우리가 앞으로 확실히 성장할 기업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면 시장 전체의 조정은 다만 감사한 세일의 기회일 뿐이다. 지금 한 발짝 떨어져 우리 증시를 조망하고 있는 외국인들도 약간의 대외여건만 개선된다면 결국 신흥시장을 옆에 끼고 약진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우량주를 사기 위해 다시 돈을 갖고 들어올 것임에 틀림없다.
앞의 전제로 돌아가 보자. 지난 5년간 코스피에 투자했다면 5년 전 1000만 원은 지금 1557만 원이 되어 있을 것이다. 41개 종목을 고른 것보다는 못했지만 나머지 종목에만 투자한 것보다는 시장평균에 두루뭉술하게 투자한 것이 더 유리한 것이다. 최선의 방책은 꾸준히 성장할 기업을 찾는 일이고, 그게 안 된다면 성장하는 시장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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