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상속세와 증여세는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하는 ‘슈퍼 리치’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작년 10월 기준 서울에서 아파트를 보유한 가구의 11%는 집값이 10억 원을 넘었다. 배우자가 살아 있을 때 상속세를 내는 피상속인의 재산 기준은 10억 원. 서울의 10가구 가운데 한 가구는 다른 재산 없이 아파트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최용준 미래에셋증권 세무컨설팅팀장은 “한국의 상속, 증여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인 50%에 이른다”며 “아무런 대비 없이 사망하면 자녀에게 세금폭탄을 물려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절세의 미(美)를 살려 자녀에게 귀중한 재산을 물려줄 수 있을까. 미래에셋 세무컨설팅팀이 최근 발간한 ‘미래에셋 절세 가이드-상속·증여세편’에서 답을 찾아봤다. 이들은 “일찍부터 관심을 갖고 미리 준비하는 게 최선”이라며 “30, 40대 젊은 부모들 사이에선 증여세나 상속세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고 조언했다.》
상속은 죽은 뒤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고 증여는 생전에 미리 재산을 넘겨주는 것이다. 한 사람으로 합쳐 있는 상속재산에는 누진된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반면 증여를 통해 자녀와 배우자에게 분산된 재산에는 적용되는 세율이 낮기 때문에 상속보다 증여가 유리하다.
예를 들어 상속세 최고세율 50%를 적용 받는 자산가 A 씨가 사망해 재산중의 10억 원을 상속한다면 50%인 5억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10년 전에 10억 원을 자녀에게 증여했다면 2억4000만 원의 증여세만 내면 된다. 미리 증여하면 2억6000만 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2. 10년 단위로 증여하라
피상속인이 죽기 전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은 증여세를 냈다 하더라도 상속재산에 다시 포함해 상속세를 물리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빨리 증여하는 게 좋다. 다만 증여세도 증여전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이 또 있으면 이를 합산해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10년 기준으로 증여하는게 가장 좋다. 50세인 B 씨가 10년 단위로 50세 10억 원, 60세 10억 원, 70세 10억 원을 증여하면 총 7억2000만 원의 증여세를 낸다. 반면 70세에 30억 원을 한꺼번에 증여하면 세금은 10억4000만 원으로 불어난다.
3. 증여받는 사람을 늘려라
증여세는 재산을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같은 재산을 증여하더라도 증여받는 사람 수를 늘리는 게 좋다. 또 배우자에게 증여하면 10년간 6억 원까지 증여세가 없고 성인자녀는 3000만 원, 미성년자 자녀는 1500만 원, 며느리·사위는 500만 원을 공제해준다. 따라서 자녀 2명에게 2억 원씩 총 4억 원을 증여하는 것보다 며느리·사위를 포함해 4명에게 증여하는 게 낫다. 증여재산 2억 원보다 1억 원에 적용되는 세율이 낮은 데다 각각의 증여재산 공제도 활용할 수 있다.
4. 미성년 자녀는 세금까지 증여하라
증여세는 재산을 받는 사람이 낸다.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인 자녀는 증여세를 낼 능력이 없으므로 부모가 증여세를 대신 내줘야 하며, 이때 세금도 증여재산에 포함된다. 만약 증여세를 신고할 때 자녀가 내는 세금을 빠뜨려 세무서에서 추후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경우 적게 신고한데 따른 가산세를 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미성년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할 때는 취득세, 증여세 같은 세금까지 현금으로 추가 증여하고 이를 포함해 증여세 신고를 해야 한다.
5. 금융상품 증여를 이용하라
2005년 전체 증여의 65%였던 부동산 증여는 2008년 48%로 줄었다. 반면 금융자산과 유가증권 증여는 30%에서 50%로 늘었다. 금융상품은 부동산과 달리 증여해도 취득세 부담이 없고 증여금액을 부모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적은 금액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증여하는 게 부동산보다 편리한 것. 부동산은 등기가 이전돼 자녀들이 증여 사실을 알게 되지만 금융상품은 자녀 몰래 증여해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6. 자녀 명의 펀드, 바로 신고해야 세금 줄인다
자녀 명의로 부모가 가입한 펀드는 증여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단순 차명계좌일 뿐이다. 증여할 뜻이 있다면 자녀 이름으로 펀드에 가입하고 증여신고를 해야 한다. 나중에 신고하면 펀드 원금이 아니라 신고 시점의 평가금액으로 세금을 매긴다. 자녀 명의 펀드에 1500만 원을 넣고 바로 신고했다면 미성년자 증여공제를 받아 세금을 안 내도 되지만 나중에 펀드 수익이 나서 2000만 원으로 불었을 때 신고하면 공제금액을 뺀 500만 원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다만 부모가 내준 교육비나 유학자금은 증여로 보지 않기 때문에 굳이 신고할 필요가 없다.
7. 적립식펀드도 증여할 수 있다
C 씨가 10년 동안 매달 100만 원씩 자녀 명의의 적립식펀드로 증여하고자 한다면 최초 납입한 날을 기준으로 앞으로 10년간 적립할 금액을 현재가치(3년 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로 현재는 6.5%)로 평가해 증여신고를 하고 세금을 내면 된다. 다만 사정이 생겨 중도에 펀드 납입을 중단하더라도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