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미래써모텍 공장에서 직원들의 모습을 찾기가 힘들었다. 이 회사배진범 사장은 “완전 자동화를 통해 인력 투입을 최소화하고, 개인별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써모텍은 직원들이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원격제어시스템(아래)을 통해 공장 바깥에서도, 야간에도 생산 과정을 확인하고 설비를 제어할 수 있다. 대구=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14일 찾은 대구 북구 ‘미래써모텍’의 990m²(약 300평) 남짓한 공장은 조용했다. ‘가동 중인 공장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직원들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배진범 사장(49)은 “생산시설을 대부분 완전 자동화했기 때문에 굳이 직원이 매달려 있을 필요가 없다”며 “직원들은 각자 맡고 있는 생산공정을 체크하는 한편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 설립된 열처리업체인 미래써모텍은 직원들의 업무도, 평균연령도, 기업의 목표도 여느 중소기업과는 사뭇 달랐다.
○ 평균 나이 35세 ‘젊은 기업’
열처리는 가열과 냉각을 반복하면 성질이 바뀌는 금속의 특성을 이용해 제품의 내구성, 내마모성 등을 높이는 과정이다.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13년 동안 열처리 업체에서 일하다 창업한 배 사장은 “다른 뿌리분야 제조업과 달리 열처리는 생산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인력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완전 자동화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직원이 많지 않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생산시설을 발주할 때 설계단계부터 참여해 인력 투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시설을 고안한다.
지난해 매출 24억 원, 올해는 30억 원 이상을 예상하는 미래써모텍의 직원은 배 사장을 포함해 18명.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35세에 불과하다. 1인당 매출액이 1억6000만 원으로 중소기업치고는 높은 편이다. 생산공정에 필요한 노하우를 자동화로 대체했기 때문에 숙련된 인력이 굳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연구개발(R&D)을 위해 금속·기계공학을 전공한 젊은 인력을 많이 뽑았다.
1인 1프로젝트를 통해 개인의 기술력을 높일 수 있는 데다 초봉이 3000만 원으로 높은 편인 것도 젊은 인력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됐다. 김성철 연구소장은 “굳이 연구소에 소속돼 있지 않아도 자신이 맡은 제품을 더 쉽게,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알려지면서 현장실습 요청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여름에는 공장 이전 때문에 대학생 현장실습을 받지 않을 예정이었지만 영남이공대학 학생들 가운데 ‘꼭 미래써모텍에서 실습을 하고 싶다’는 학생들이 있어 어쩔 수 없이 2명을 받았다.
이 회사가 기술에 집중한 것은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대량생산하는 시스템으론 기업의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배 사장은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매출을 올릴 순 있겠지만 매출을 포기하고 기술력을 높이는 것을 택했다”며 “매출이 많은 기업 대신 ‘기술력 하나는 탄탄한 기업’이란 말을 듣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을 택한 것도, 중소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부설연구소를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덕분에 내구성은 물론이고 내마모성까지 획기적으로 높인 스테인리스스틸 등 미래써모텍만의 제품이 탄생했다. 배 사장은 “아직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수입에 의존했던 자동차 부품 하나를 국산화하는 데 거의 근접했다”고 귀띔했다.
○ 제2, 제3의 미래써모텍 배출 목표
생산설비를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도 미래써모텍의 젊은 직원들이 만들어낸 성과물이다. 생산설비에 탑재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연동시켜 실시간 공정 확인은 물론이고 조작까지도 가능하도록 한 시스템이다. 그 덕택에 야간에 미래써모텍 공장에는 직원이 없지만 생산설비는 24시간 가동된다.
김 소장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려면 생산설비를 계속 지켜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익숙한 젊은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것저것 해보더니 들고 나온 게 바로 원격제어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퇴근 후 스마트폰으로 작업 과정을 체크하다가 이상이 발생할 때만 공장에 나온다. 김 소장은 “이 시스템이 도입된 뒤로 몇몇 직원은 회식자리에서도 스마트폰을 계속 쳐다보는 문제점도 생겼다”며 웃었다. ▼ 매출 늘리기보다 기술력 향상 주력 ▼ “직원들 창업한다면 적극 투자할 것”
이 같은 직원들의 개발 열의는 업계에서 유명하다. 지역 대학의 교수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 소속 전문가들이 공장을 방문하면
질문 공세를 퍼붓느라 놔주지를 않는다. 김 소장은 “각자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벽에 부닥친 부분을 질문하다 보면 1∼2시간이
훌쩍 간다”고 했다. 생기원 전문가들이 방문한 15일에도 전 직원은 2시간 동안 한자리에 모였다.
“기술 개발을
시도하고, 그러다 좌절도 하고, 마침내 성공하는 과정이 지금도 재미있다”는 배 사장의 목표는 남다르다. 제2, 제3의 미래써모텍이
탄생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바로 그것. 배 사장은 “이곳에서 기술을 익힌 직원들이 새로운 시장을 찾아 창업을 결심한다면 흔쾌히
투자할 뜻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할 나이가 되면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줄 계획인데, 그때까지 보다 많은
직원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업해 회사를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훗날 미래써모텍이 한국 금속 기술이 발전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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